2025 법무사 8월호

만약 정순자 님이 치매 진단 이전에 (임의)후견계약 을 체결해 두었다면,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이 관 리되고 신상이 보호될 수 있었을 것이며, 가족 간의 갈등 또한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임의)후견계약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본 인의 존엄한 삶을 유지하고, 남은 가족이 겪게 될 법적· 정서적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미리 대비해둠 으로써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노년기의 리스크에 현 명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는 평온한 노후의 핵심 조건 이 된다. 나. 유언 (임의)후견계약이 의사능력 상실에 대비한 생전의 조치라면, 유언은 사후에 재산 분배에 대한 본인의 의사 를 명확히 밝히는 것으로, 상속재산의 향방을 본인이 원 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다. 우리 「민 법」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고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유언의 형식과 방식에 있어 일정한 요건 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반드시 본인이 자 필로 작성해야 하며, 주소와 이름, 작성 날짜를 빠짐없이 기재해야 한다. 컴퓨터로 작성하거나 대필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되고, 날짜의 기재가 빠졌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 우에도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유언 을 실행하려면 가정법원의 검인절차를 거쳐야 하며, 다 만, 자필증서의 경우에는 분실이나 위조의 위험이 있다 는 것이 단점이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임종을 앞둔 경우 등 자필이 어려운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단이다. 다만 녹음파일이 삭제되거나 변조될 우려가 있고, 유언에 필 요한 법적 요건들이 모두 구술·녹음되어 있어야만 유효 하다. 실제로는 유언자가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 녹화를 한 경우라도, 그 내용이 민법상 녹음 유언의 요건을 충족 하면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 도 유언자가 유언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 법무사 시시각각 발언과 제언 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 중에서도 가장 권장되는 방식 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이 방식은 공증인이 유언 의 작성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요건 불비로 인한 무효 가능성이 낮고, 증서의 보관도 공증인이 맡기 때문에 분 실이나 위조의 위험도 거의 없다. 비용이 드는 단점은 있 지만, 유언 내용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되며, 유언 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만약 정순자 님의 남편이 생전에 유언을 남겨두었 다면, 사망 이후 상속재산 분배를 두고 자녀들 간의 다툼 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재산도 고인의 뜻에 따라 보 다 원만하게 배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유언은 단순 한 재산분할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고인의 의사를 존중 하고, 유족 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 신탁 유언을 해두었더라도, 더 노쇠한 이후에 자녀나 배 우자 등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릴 위험이 있다면 또 다른 대안으로 ‘신탁’을 이용할 수도 있다. 신탁은 타인(수탁자)에게 내가 정한 일정한 원칙과 목적에 따라 나의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하도록 소유권 을 넘겨 맡기는 것이다. 특히 유언과 신탁이 결합된 ‘유언 대용신탁’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맡긴 재산의 운용 수익을 나 또는 내가 지정한 사람에게 제공하게 하 고, 사망한 뒤에는 내가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신탁재산 을 넘기거나 이익을 배분하도록 정해둘 수 있어, 유언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면서도, 내가 사망한 후 재산의 처리 방향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은 ‘내가 죽은 뒤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 만큼 넘겨준다’는 것으로 끝난다. 즉, 유언에 따라 재산이 상속되어 소유권이 이전되면, 이미 사망한 나는 그 상속 재산의 관리나 사용, 처분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없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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