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8월호

우리는 살아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좋든 싫든 선입견 이나 편견을 갖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계해야 할 것 은, 어떤 지역이나 나라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같 은 것이다. 한편, 그것만큼 심각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은 연중에 임대인보다는 임차인이, 고용주보다는 피용자가 언제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일 것이라는 생 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조금만 해 보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금세 깨닫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분들이 언제나 나쁘다는 이 야기는 아니다. 살다 보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일이 훨씬 많다는 사실 도 곧 알게 되니까. 오늘 소개하는 사건도 그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사건이다. 회사와의 약정을 지키 지 않고 퇴사한 한 근로자와 회사 사이에 벌어진 분쟁으 로, “고용주는 갑(甲), 근로자는 을(乙)”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에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조기 퇴사한 직원, 연수비 반환 약정 두고 법적 다툼으로 내게 이번 사건의 의뢰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말쯤 의 일이었다. 의뢰인은 평소 법인등기를 주로 맡기던 외 국계 기업이었는데, 유럽에 본사가 있고 임원들도 대부분 외국인인 회사였다. 회사가 건네준 사건의 자료들을 살펴보니, 채무자 (피고)는 2023년 1월경, 채권자(원고) 회사에 영업(PM) 담당 경력직으로 입사해, 2주간 유럽 본사에서 연수를 받은 뒤 한국지사인 의뢰 회사에 근무하다가 2024년 가 을 퇴사했다. 피고가 입사할 당시에는 “본사 연수 후 2년간 의무 근무를 하고, 만약 그 전에 퇴사할 경우에는 부족한 기 간에 해당하는 연수비를 일할(日割)로 계산해 반환하는 조건”이 약정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년 의무근 무 기간에서 100일이 모자라는 시기에 퇴사해 해외연수 비에서 일할 계산한 금액 70만 원을 반환해야 했으나 이 행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 측이 제공한 위 약정에 대한 피고의 서명이 담 긴 확인서와 500여 만 원에 달하는 해외 연수비 내역 등 으로 보건데, 피고가 다툴 만한 사정은 별로 보이지가 않 았다. 피고 역시 퇴사하면서 “2주 안에 해결(?)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하고 나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식 소송이 아닌 독촉절차로 진행키로 했다. 금액 자체가 너무 소액인 데다, 외국인 대표이사가 직접 기일에 출석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고, 직원이 소송 대리 허가를 받아 출석할 수 있다 하더라도 회사 측은 이 문제를 가급적 신속하고 간단하게 마무리하길 원했다. 내 판단으로도 지급명령이 송달되기만 하면, 그제야 피 고는 마지못해 70만 원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뜻밖의 태도, 이의신청에 이어 조정절차에서도 완강한 피고 그런데 웬일인가. 피고의 태도가 의외로 완강했다. 피고는 2년 의무근무 기간에서 100일이 모자라는 시기에 퇴사해 해외연수비에서 일할 계산한 금액 70만 원을 반환해야 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가 제공한 자료만으로 피고가 다툴 만한 사정은 별로 보이지가 않았다. 지급명령이 송달되기만 하면, 마지못해 70만 원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07 2025. 08. August Vol.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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