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8월호

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무사와 차 한 잔 78세의 어느 여름날, 따가운 햇살이 창가를 비추는 오후, 저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오랜 세월 ‘법무사’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제는 제게 주 어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를 깊이 생각합니다.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그 자리에 ‘봉사’라는 따뜻한 씨앗 하나를 조용히 심어보려 합니다. 법이라는 단단한 도구를 품은 채, 도움이 필요한 이웃 곁에 따뜻한 손길로 머물 수 있다면, 그 또한 제 삶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1장 평생의 길, 다시 돌아보다 법무사의 길은 말없이 인내하며, 때로는 차가운 법 의 논리 속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덜어주는 고독한 여 정이었습니다. 때론 고단함에 지치기도 했지만, 때론 한 줄기 빛처럼 찾아오는 보람에 가슴 벅차기도 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보물은 세상을 깊이 통 찰하는 지혜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이해심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딱딱한 법의 틈새에서 벗 어나, 더 부드럽고 따뜻한 길을 걷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법의 길에서 사랑의 길로 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남은 시간, 저는 무엇으로 누구에게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제 가슴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잔잔한 파문처 럼 퍼져나갑니다. 2장 작은 상담소, 커다란 위로 저는 상상해 봅니다. 동네 작은 도서관 한쪽, 따뜻한 조명 아래 ‘어르신 무료 법률 상담소’라는 소박하지만 정 겨운 팻말이 놓여 있는 장면을. 지나가던 이웃이 머뭇머 뭇 다가와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조심 스럽게 묻는 순간, 저는 그 질문보다 먼저, 그 마음속에 담긴 삶의 무게와 깊은 사연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 고 싶습니다. “법보다 앞서는 건 이해와 공감이다.” 어르신의 말 한마디, 주름진 눈빛 하나에도 깃든 지 난 세월의 사연들을 깊이 들여다보며, 복잡한 법 조항 대 신 쉬운 언어로 마음을 열어주는 작은 상담사. 법무사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 전도사’ 로 살아가는 길이, 저의 새로운 희망이자 남은 삶을 밝혀 줄 등불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나누는 작은 대화들이 강채원 법무사(서울서부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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