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라고 하면 전라도를 꼽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다채로운 식재 료를 사용하고 깊은 맛을 내는 남도의 맛은 개성 적이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북 남원을 무대로 한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은 그야말로 호화로운 양반가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 품이다. 최명희 작가는 본인의 작품에서 의 식주를 비롯한 풍속을 디테일하게 묘사 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음식에 대한 대목 을 읽으면 절로 침이 꼴깍 삼켜질 정도로 맛깔난 표현이 자주 나온다. 동료 문인인 오탁번 시인은 “시 짓는다고 죽을 쑤는 시인보다 정말 진짜 시인 이었네…”라는 말로 그를 회고한 바 있다. 『혼불』은 1988년 9월부터 1995년 10월까지 만 7년 2개월 동안 월간 『신동아』에 연재, 월간지 사상 국내 최장 연재 기록을 갖고 있다. 최명희 작가는 1998년 작품을 완결 짓지 못 한 채 난소암으로 52세에 별세했다. 비록 미완성으 로 남기는 했지만 그녀가 담아낸 일제강점기의 비 극과 애환, 살아 숨 쉬는 듯한 민속 문화와 예술혼 은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 『혼불』, 남원 양반가의 식문화 기록, 혼례 잔치상 묘사에 침이 꼴깍 전북 남원의 매안 이씨 문중, 종부 3대와 소작 노을이 사는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소설은 종손 이강모와 신부 허효원의 왁자지껄한 혼례잔치로 시작된다. 효원의 친정 대실에서는 “연한 살코기를 자근 자근 칼질하여 갖가지 양념을 넣고 고루 간이 잘 밴 쇠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석쇠에 굽는 냄새, 같 다채로운 식재료와 깊은 맛, 남도 음식의 세계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정세진 작가· 『식탐일기』, 『내 책갈피 속 봉봉』의 저자 전라도 음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역사 속 인물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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