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8월호

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 비장한 장면에서 인상적인 클래식 명곡이 배경으 로 흐른다. 바로 「오제의 죽음(The Death of Ase)」이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 1843–1907)가 동향의 극작가 헨리크 입 센(Henrik Johan Ibsen, 1828–1906)의 의뢰를 받아, 그의 5막 희곡 『페르 귄트(Peer Gynt)』를 위해 작곡한 부수 음 악 「페르 귄트, 작품번호 23번(Op. 23)」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은 『페르 귄트』 제3막, 주인공 페르 귄트가 어 머니 오제의 임종을 지키는 장면에 사용되었다. 「아침의 기분」, 「솔베이지의 노래」, 「산왕의 궁전에서」와 함께 그 리그가 직접 선별해 엮은 『페르 귄트 모음곡』에도 빠지 지 않는 주요 악장이다. 느린 템포와 절제된 선율이 조용히 반복되는 이 곡 은 극 중에서 이순신 장군의 장렬한 죽음과 전장에서 생 을 마감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애도하듯, 처연하고 비 통한 슬픔을 담아낸다. 그러나 「불멸의 이순신」 마지막 회에서 가장 인상적 인 클래식 명곡은, 7년 가까이 이어진 임진왜란에 종지 부를 찍는 ‘노량 해전’을 앞두고, 승리를 기원하며 전장 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모습 위로 흐르는 배경 음악, 바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7번 마장조, 작품번호 107번(Symphony No. 7 in E Major, WAB 107)」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 아다지오」 이순신과 바그너, 두 영웅을 잇는 추모곡 안톤 브루크너(Joseph Anton Bruckner, 1824– 1896)는 오스트리아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19세기 유 럽 음악계에서 ‘바그너파(Wagnerian)’와 ‘브람스파’가 첨 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바그너를 열렬히 추종했다. 생전에는 오르간 연주자로 명성이 높았으나 작곡가 로서는 사망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인정을 받은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는 7곡 이상의 미사곡과 40 곡에 가까운 ‘모테트(Motet, 종교 합창곡의 장르)’를 남 겼으며, 그 이전과 이후에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자신만 의 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칭송받는 음악 가다. 미완성으로 남은 9번 교향곡과 00번의 습작 교향 곡, 그리고 ‘0번’이라 이름이 붙여진 세 번째 교향곡까지 그가 남긴 11개의 교향곡 중 이 「교향곡 제7번」은 특히 ‘서정적(Lyrisch)’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그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악장 ‘알 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 2악장 ‘아다지오, 매우 장엄하고 느리게(Adagio. Sehr feierlich und sehr langsam)’, 3악장 ‘스케르초, 매우 빠르게(Scherzo. Sehr schnell)’, 4악장 ‘피날레, 움직임 있게, 하지만 빠르지 않 게(Finale. Bewegt, doch nicht schnell)’다. 비록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 2세에게 헌정된 곡 이기는 하나, 대중에게는 바그너를 추모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2악장은 ‘바그너의 장송곡(Wagner’s Requiem)’이라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깊다. 그가 2악장 을 작곡하던 중, 심장병으로 요양 중이던 바그너가 베네 치아에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그 소식을 들은 브 루크너가 큰 슬픔과 애도 속에서 이 악장을 완성했기 때 문이다. 「불멸의 이순신」에 삽입된 곡 역시, 2악장 ‘아다지오’ 이다. 브루크너는 이 교향곡에 바그너가 자신의 오페라 연작 「니벨룽겐의 반지」를 위해 고안한 관악기인 ‘바그너 튜바(Wagner Tuba)’를 네 대나 배치하여, 더 이상 볼 수 없는 자신의 영웅 바그너를 애도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낮고 깊은 현악기와 호른, 묵 직한 튜바의 울림이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기리는 동시 에, 시대를 초월한 두 영웅-이순신과 바그너-을 서로 잇 는 장엄한 추모곡으로 울려 퍼진다. 79 2025. 08. August Vol.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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