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9월호

고, 설령 그와 같은 방향으로의 개정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그 절충안으 로서 법정별거에 있어서는 파탄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방 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책배우자의 청구 에 따라 재판상 별거가 선고된다고 해도, 법률상 혼인관 계는 그와 관계없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므로, 별거를 청 구한 배우자가 혼인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혼을 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유책배우자는 법정별거 청구가 인용된다 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거의무와 같은 기본적인 혼인의무에서 벗 어날 수 있고, 재산분할을 통하여 부부재산관계를 정리 할 수도 있으므로, 독립된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법정별거 시 재산분할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으로 혼인이 종료되는 때에만 재산분할청구가 인정되고, 사망으로 인한 해소 시에는 혼 인 중 형성한 부부재산관계의 청산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혼인이 파탄되었음에도 이혼을 청구하지 않은 배 우자는 상대방 배우자(유책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부부재 산관계의 청산에 있어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와 B는 혼인기간이 30년인 부부이고, 세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A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 를 하는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대략 B의 재산 중 1/2에 대해서 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와 B의 혼인관계가 B의 사망으로 해소되는 때에 는 A의 법정상속분은 1/3이 되므로, 이혼 시 재산분할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B의 재산을 3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면, A는 10억 원 정도를 상속재산으로 받게 되는데, A가 만일 B의 생 전에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를 하였다면, 약 15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혼 시 재산분할에 의해서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 상속으로 인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때에는 상속세가 부과되므로, 이 두 가지 사안 사이에 불 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 가 혼인관계의 유지를 희망하는 경우에 부부재산관계의 청산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정별 거제도가 도입된다면,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수 있 을 것이므로, 위 사례에서 A는 이혼을 하지 않고도 재산 분할청구를 함으로써 부부재산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가 능하다. 한편, 위 사례에서 B가 이성과 동거하면서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재산을 소비하는 경우에는 재산이 감소 하여 나중에 A가 상속인이 되어도 받을 수 있는 상속재 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A 가 굳이 이혼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법정별거의 청구와 더불어 재산분할청구를 함으로써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재산적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법정별거제도는 세 가지의 현대적 기능을 가진다. 첫째, 혼인 파탄 시 즉각 이혼 대신 선택해 관계를 다시 숙고할 수 있다. 둘째, 종교적·도덕적 이유로 이혼을 원치 않는 부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노년 부부가 동거는 중단하되 상속·사회보장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다. 33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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