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필자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다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겠다고 다짐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 글을 읽는 그가 부디 불쾌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설가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회와 풍 습을 묘사하면서 다양한 인간상을 창조함으로써 독자 들 스스로 깨달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하죠. 물 론 소설가가 작품 속에 메시지를 담기는 하지만, 그것 을 느끼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 작가가 강요할 문제는 아닙니다.” 소설을 집필할 때 본인의 가치관을 깊이 투영시킨 다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 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묘사하는 사람’이 바로 소설가라는 것. 올해 팔순을 앞둔 그에게 ‘겸손하다’는 표현이 다 소 무례할 수 있겠으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에 게서 겸손함이 느껴졌다. 신춘문예 등단이라든지, 여러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에 대하여 그는 재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제게 재 능이 있었더라면 사법고시 준비를 하지 않고 아 마 소설을 썼을 겁니다. 제게 굳이 재능이 있다 고 한다면 그저 살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을 글 로 옮기는 재능 정도랄까요?” 장편소설 「귀환」 출간하며 작가 김명조로 귀환 최근 그는 장편소설 「귀환」을 발표했다. 「귀환」을 통해 작가 김명조로 다시 ‘귀환’한 것이다. “1967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백마부대의 소총 분 대장으로 그 이듬해까지 정글을 헤매고 다닌 경험이 있 습니다. 1992년 집필한 「불회귀선」의 스토리를 더 풍부 하게 하여 이번에 장편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귀환」은 작가로서 그를 있게 한 작품과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을 이어주는 작품인 셈 이다. 「불회귀선」과 「귀환」 사이의 30여 년에 대해서, 더 나아가 그가 지나온 인생 전반에 대해서 그는 어떻 게 생각하고 평가할까? “법무사로서 소설을 쓰는 것이 남들이 볼 때는 좋 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스스로는 실속 없는 일만 추 구해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삶에 대해 다소 자 조하는 편이죠. 물론 법무사로서든 작가로서든 언제나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리 실속 있고, 효율적으로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아서 조금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 (2022)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신이 걸 어온 길이 구불구불했지만, 본인한테는 ‘가장 좋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오고 보니 구불구불하기만 했던 자신 의 인생을 돌아보며 쓸데없이 너무 먼 길을 돌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만, 그 길은 멋진 길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삶의 경험이 녹아 있 는 그의 작품들이 대신 설명 해 주고 있다. 필자는 그가 걸 어온 길에 대해 ‘효율’과 ‘실속’ 이라는 말보다는 ‘낭만’ 있는 ‘멋진’ 길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47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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