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져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신뢰 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오랜 기간 문제없이 지내온 임대 인으로부터 느닷없이 ‘사문서 위조’와 ‘경매로 알아서 매 수하라’는 식의 기상천외한 통보를 받게 된 것은 큰 충 격이었다. 문자를 확인한 필자 역시 너무 어이가 없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민간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인이 이 렇게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 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법률가의 시각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 다. 필자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뒤, 의뢰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체결 경위, 임대인의 실제 태도, 부동산 권리관계 등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차분히 확인해 나갔다. 그 과 정에서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떠한 절차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하 기 시작하였다. 가장 신속하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라 의뢰인이 전세 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으려 했 던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이 비좁아져 더 넓은 주거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자연스 러운 성장과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이사계획이 임대인의 무책임한 태 도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의뢰인은 차선책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집을 마련해야 할지까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임대차보증금은 일반인에게 있어 결 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많은 경우, 한 가 정이 평생 모아온 재산의 전부이자, 삶의 안전망과도 같 은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가정 전체의 생활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다. 필자는 의뢰 인의 절박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단순히 법적 책임을 묻는 수준을 넘어, 가 장 신속하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절차가 무엇인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의뢰인의 불안감을 최소 화하고, 동시에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① 첫 번째 해결책 - 통장 가압류 필자는 임대인의 문자를 보자마자 “이를 곧이곧대 로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뢰인에 따르 면, 실제 갱신계약 당시 계약서 작성에는 임대인 본인이 아닌 그의 모친이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하였다고 한다. 다만, 보증금은 임대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되었 고, 모친 역시 자신이 정당한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계 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또한 “가족이 대리인으로 계약 을 체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의뢰인을 안심시 켰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본인 확인이 다소 미흡하였 음은 사실이나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상 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임대인이 주장한 “사문서 위조” 운운하는 설명이야말로 일반적인 거래 현실과 동떨어진 비상식적 해명에 가까웠다. 필자가 해당 문자의 진실성 자체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따라서 필자는 만약 임대인의 주장이 허위라면, 그 목적은 결국 보증금 반환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기 위함 일 것이므로, 곧바로 강한 압박수단을 가동해 반환을 서 두르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혹여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계약상 명의인은 어디까지나 임대 인이므로 그를 상대로 보증금반환 청구를 제기해야 했 다. 결국 어느 쪽이든 임대인을 상대로 직접 압박을 가하 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필자가 우선적으로 검토한 방안은 임대인의 예금계 좌에 대한 가압류였다. 보증금을 실제 입금한 계좌가 임 53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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