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활용 실무지식 — 나의 사건수임기 본인을 대리한 경우로서 법률행위는 무효가 되고, 그 책 임은 임대인에게 귀속되지 않게 되므로 의뢰인에게 상당 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제출된 증거를 면밀히 검토하던 중 중요한 점을 발견하였다. 임대인이 증거로 제출한 조서 속에는 오히려 의뢰인에게 유리한 진술이 포함되어 있었 던 것이다. 현재의 임대인은 의뢰인이 2022년 3월, 재계 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당사자가 되었다. 그런데 증인신문조서에 따르면, 임대인의 어머니는 이미 2021년경 아들 명의로 여러 채의 부동산을 소유하 고 있었고, 그로 인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이 부과되고 있 다는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렸다. 즉, 임대인은 적어도 의뢰인의 재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자신 명의의 부동산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 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하였다. 첫째,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의 인적사항이 명확 히 기재되어 있었고, 보증금 역시 임대인 명의 계좌로 입 금되었다. 또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고지서가 본 인의 주소지로 발송되었을 것이며,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로 등록된 사실까지 고려하면, 임대인이 자신 명의의 부 동산거래를 몰랐다는 주장은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 다. 따라서 그는 적어도 어머니의 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 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표현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둘째, 설령 임대인이 처음에는 모른 채 피해를 보았 다 하더라도, 앞서 본 증인신문조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 면, 적어도 2021년경에는 이미 명의 도용 사실을 인지하 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3월 의뢰인과 재계 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시점에 어머니에게 묵시적 대 리권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역시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되어, 임대 인은 의뢰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의무를 면할 수 없다. 필자는 위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준비서면을 작 성하여 법원에 제출하며, 임대인의 항변을 반박하는 데 주력하였다. 7개월 만에 집행권원 확보, 보증금 회수 난제 속에 떠오른 새로운 대안 양측의 주장이 일단락된 이후 법원은 변론기일을 지정하였다. 의뢰인은 상당히 불안해했으나, “상대방이 추가 주장을 제기하지 않고 있으니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출석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실제 변론기일에는 임대인 측 대리인인 변호사가 출석하였으나, 별다른 쟁점 없이 기일은 간단히 마무리 되었다. 다만, 법원은 임대인의 어머니에 대한 형사재판 의 판결 선고를 지켜본 뒤 변론을 속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대인의 항변이 사실인지 여부를 형사판결을 통해 확인하려는 취지로 보였으나, 필자로서는 형사판결과 무 관하게 임대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아 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든 법원의 방침에 따라 새로운 변론기일이 지정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필자는 “결국은 잘 될 것”이라 며 의뢰인의 불안을 달랬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기일 지정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전 재산이 위태롭게 방치 된 채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의뢰인은 더욱 초조해 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의뢰인의 작성 및 제출 위임을 받아 법원에 변론기일 지정 신청서를 제출, 드디어 두 번째 변론기일 이 지정되었다. 첫 변론기일로부터 무려 7개월 만의 일이 었다. 임대인 측은 기일까지 아무런 서류도 제출하지 않 았고, 별다른 공방 없이 곧바로 변론이 진행되었다. 두 번째 변론기일 직후 법원은 의뢰인의 청구를 전 부 인용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임대인은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고,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 다. 마침내 의뢰인은 청구 전액을 인정받으며, 확정된 집 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집행권원을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보증금을 실제로 회수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보증금을 가장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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