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맨 먼저 떠 오른 방안은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사건 부동산에 대 한 강제경매였다. 그러나 해당 부동산은 빌라로, 아파트처럼 시세가 명확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조사 결과 보증금과 시세 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여러 우려점이 있었다. 첫째는 강제경매를 신청하더라도 매각까지 최소 8개월 이상이 소요되어 또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당시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매각가율이 낮아지 고, 유찰되는 사건도 빈번해 매각대금으로 보증금 전액 의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설령 의뢰인이 ‘셀프낙찰’을 시도한다고 해도 경매는 제3자 참여가 가능하므로 원하는 가격에 독점적으로 낙 찰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다고 부동산 외의 다른 재산에 압류를 시도한다면, 임대인의 다른 채권자 들과 경합이 불가피하여 일시에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증금과 동일가격에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소유권 이전으로 되찾은 일상 이런 현실적 제약 속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 자, 의뢰인은 “차라리 부동산을 보증금 대신 넘겨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기보다 임대인과 직접 협의해 사건 부동산을 보증금과 동일한 가격에 매도하도록 하고, 임대인의 매매 대금 채권과 의뢰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상계하는 방식 이 어떨까 생각되었다. 필자의 제안에 의뢰인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곧바 로 임대인과 협상을 진행하도록 조언했다. 다행히 임대인 도 의뢰인과의 분쟁 외에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양 당사자가 직접 만나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하고 분쟁을 종결할 수 있는 협의의 장이 마련되었다. 한자리에 모인 의뢰인과 임대인 간의 매매계약 체결 은 순조로웠고 각자에게 주어진 문제가 큰 충돌 없이 정 리되었다. 의뢰인은 보증금에 상응하는 재산을 인도받아 주거와 재산의 안정을 되찾았고, 임대인 역시 채무를 정 리하며 복잡한 상황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필자는 소유권 이전등기와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등 록 말소를 마무리하고, 등기필정보를 인도함으로써 마침 내 지난했던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의뢰인이 당연히 받아야 할 보증금을 회수하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 리 잡아 왔다. 그러나 진정 정의로운 신용사회라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의 유무와 상관 없이 보증금을 반환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 재 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생계를 위협 받는 이들에게 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는 지나치게 길고 고단한 여정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였다. 최근 몇 년간 사회문제로 비화한 전세사기 사태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단체들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 지만, 실질적인 구제는 결국 보증금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절차가 마련되는 데 달려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진정 정의로운 신용사회라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보증금을 반환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에게 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는 지나치게 길고 고단한 여정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였다. 57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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