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님,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죠?” 고객에게 설명을 잘하는 것이 법적 문제 를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 은 법무사 A. 이번만큼은 상담에 진심을 다해 보자고 마음먹습니다. 마침, 새로 만난 고객이 있어 현재 상황 과 앞으로의 계획, 법적 쟁점, 고려중인 변수, 예측되는 결과까지 조목조목 상세히 설명했 습니다. 이 정도면 제법 성실한 설명인 것 같 아 내심 뿌듯해하는 찰나, 이제껏 설명한 내 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고객의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힙니다. 그런데 설명을 들은 고객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간단한 상황을 통해 고객의 입장을 이해해 봅시다. 혹시 낯선 지역을 방문했다 길을 잃어본 적 있으신가요? 비슷한 건물 사이를 한참 헤 매다가 전화를 걸면 종종 이런 안내가 돌아옵 니다. “혹시 ○○빌딩 보이시나요? 거기서 10 미터 정도 올라오시면 되거든요.” ○○빌딩은 또 어디에 있다는 건지… 전 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설명에 답답함만 쌓여갑 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지금 뭐가 보이시 나요?”라고 묻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곤 “말씀 하신 △△빌딩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 로 10미터 정도 올라오시면 됩니다.”라며 내 위치를 기준으로 안내합니다. 목적지를 찾기 위해 다시 ○○빌딩을 찾아야 하는 첫 번째 경우보다 훨씬 길을 찾기 쉬워지죠. 법무사의 언어가 아닌, ‘고객의 언어’를 사용하라 두 설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설명의 출발점이 ‘설명하는 나(공급자)’이냐, 혹은 ‘듣는 상대(수요자)’이냐에 있 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빌딩이 보이시나요?”는 설명하는 사 람이 편안한 공급자 중심의 언어, “지금 뭐가 보이시나요?”는 듣는 사람이 필요한 수요자 중심의 언어라고 할 수 있죠. 법무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설명한 것 같은데 고 객이 영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급자인 ‘법무사의 언어’로 설명 하고 있는지, 수요자인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지 한번 체크해 봐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고객에게 ‘○○빌딩’ 찾기를 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법무 상담에서 꼭 필요한 ‘고객의 언어’란 무엇 일까요? 바로 별다른 배경지식이나 부연 설명 없이도 쉽게 이 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어, 즉 ‘저맥락의 언어(Lowcontext)’를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고맥락의 언어(High-context)’를 활용한 대 화에 익숙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가족, 친구들과 “그때 그 거 있잖아”, “그거 뭐?”, “아니 그때 거기서 봤던 그거~!”, “아, 그거?”라는 식의 대화를 나눠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일명 ‘척하면 척’ 대화인데, 서로 상황과 맥락을 깊게 공유 하는 관계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긴말 없이도 의미를 전할 수 있기에, 때로는 아주 효율적인 소통 방법이 되기도 하죠. 하지 만 오늘 처음 마주친 사람과도 이런 식의 소통이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고맥락의 언어는 편안합니다. 이해를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기기에 특별한 노력이 들지 않거든요.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고맥락의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 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은 법무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늘 법적 분쟁을 처리하며 소통하는 동료 법무사들, 업계 종사 자들과는 달리 고객은 업계의 맥락을 공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법무사에게는 ‘척하면 척’인 말도 고객에게는 부연 설명이 필요 이해가 안 된다니, 답답해 63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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