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9월호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도움’의 본질을 이처럼 정의하였다. 도움은 일방적 시혜 가 아니라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대라는 뜻이다. 비를 맞는다는 것은 곧 불편을 감수한다는 의미이기 도 하다. 상대가 겪는 어려움 속으로 한 발 다가가 나 역시 불편을 함께 짊어지는 것, 그 것이 진정한 도움이다.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가 타인을 보호하는 ‘거리 두기’라 면, 함께 비를 맞는 행위는 나 의 안락함을 내려놓고 상대의 처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깊 은 연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노자는 “내가 베푼 것 은 모래 위에 새기고, 받은 은 혜는 바위 위에 새겨 잊지 말 라.”고 하였는데, 베풀었다는 사실에 머무르지 말고, 오히 려 받은 도움을 오래 기억하 라는 가르침이다. 신영복 선생은 여기서 더 나아가, 타인의 아픔을 나의 일처럼 여기는 것이 진정한 도 움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겠 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어떤 잘못을 저지른 자식이라 해 도 끝내 품어 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잘못과 상처까지 도 껴안으며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누는 데서 비롯되며, 그것이 진정한 자비가 아니겠는가. 나는 신영복 선생의 이 문구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 고, 우산을 들어주기보다는 함께 비를 맞는 사람으로 살 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명함 뒷면에 “베푼다는 말도 쓰지 말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이 없는데”라고 새기고는 스스로를 다잡는다. 인도의 성녀(聖女), 마더 테레사 수녀는 실천에 대해 아래와 같은 중요한 말씀을 남기셨다.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인 동기라 비난받을 것 이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라. 당신이 정직하면 상처를 입 을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라. 수년간 쌓아올린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 도 만들어라. 도움을 주면 오 히려 비난받을 수 있다. 그래 도 도와주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주면 배신당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을 주라.”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 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선한 삶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것 이 누군가는 손해라고 하고, 누군가는 바보같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손익계산을 넘어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순간순간 따뜻한 마음을 내고, 한 번 이라도 더 타인의 곁에 서려는 노력이 이 척박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 인생의 명문구 송태호 법무사(서울중앙회) “ 돕는다는 것은 함께 비를 맞는 것” -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67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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