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무사와 차 한 잔 오래전 서양의 누군가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했다던가. 예술가들이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자들이 보면 인생이 너무 길고 예술이 짧을 수도 있다. 길고 짧은 것, 큰 것과 작은 것을 논(論)하는 방식은 아주 옛날부터 끊임없었다. 바람 살랑대는 그늘에 앉아 잠시 틈을 내어 살펴보자. 긴 것과 짧은 것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해탈에 이 르기 전에는 인과응보에 따른 윤회(輪廻)를 계속하므로 끝 없이 길다. 윤회를 계속하는 한 인생은 예술에 비할 수 없 이 길고 긴 것이다. 삶이 예술보다 길기를 원한다면 해탈의 경지까지는 가지 말고 윤회를 계속해야 할 일이다.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우주의 시작인 ‘빅 뱅(Big Bang)’ 발생 시점을 1월 1일의 00:00이라 하고, 오늘 현재를 12월 31일 24:00로 하여 우주의 역사를 1 년 기간으로 축소한 우주력(『에덴의 공룡들』, Cosmic Calendar)을 만들었다. 이 우주력에 따르면 1월 1일 00:00에 빅뱅이 일어나 인생은 예술보다 짧은가? 고, 얼마 지난 1월 24일이 되어서 은하가 처음 생겨났고 태양계는 9월 9일에 만들어졌으며, 지구는 9월 14일이 되어 탄생하였다. 지구상에 단세포 생명체가 출현한 것 은 10월 9일, 12월 25일에 공룡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12월 31일 13:00에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해 그날 23:59:00초에 예술 활동이라 할 동굴벽화를 그렸고, 56 초 후인 23:59:56초에 로마제국이 성립되었다. 중세로부 터 현재까지는 마지막 1초가 조금 넘는 시간이다. 인간 개인의 평균 수명은 단 0.15초에 해당할 뿐이다. 우주의 역사는 엄청나게 길고, 인간의 역사는 아주 짧고, 예술의 역사는 더 짧고, 인간의 수명은 지극히 짧 은 순간이다. 큰 것과 작은 것 장자(莊子)는 큰 것과 작은 것을 논했다. 북쪽 바 다에는 그 크기가 몇천 리(里)인지도 알 수 없는 엄청난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그 곤이 변해서 새가 되는 데 그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그 붕이 천지를 뒤흔드는 큰 바람이 부는 날, 가슴 에 바람을 한껏 안고 날면 그의 양 날개는 하늘에 가득 김정규 법무사(서울중앙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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