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쳐 있는 구름 같아 온 세상이 어두워진다. 구만리를 날 아오른 후에야 남쪽 끝 바다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매미 한 마리가 그것을 비웃으며 말한다. “나는 조그만 수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노 는데, 그는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 장자, 「소요유(逍遙遊)」 붕(鵬)은 매우 크고, 그를 비웃는 매미는 아주 작다. 태양의 크기를 귤 정도로 축소하여 보면, 약 15m 거 리에 후추알갱이 정도의 지구가 있고, 600m 떨어진 곳 에 태양계의 행성(行星) 반열에서 얼마 전 제외된 명왕성 이 있다. 1,500km쯤에 태양계의 끝부분이 있고, 태양에 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별인 “프록시마”까지 는 4,000km로, 서울에서 인도 콜카타까지의 거리다. 실제 거리는 지구에서 초속 17km인 보이저 1호로 달려가도 약 7만 년 정도 걸린다. 그 사이는 대부분 암흑 으로 텅 비어 있다. 태양계가 속하는 우리은하에는 이러한 별이 약 3,000~4,000억 개가 있고, 크기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 (光年)이다(지구 등 행성은 별이라고 하지 않음). 좀 더 멀리 가보자. 우리은하계와 가장 가까운 은하 인 안드로메다은하는 25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속한 수많은 은하들의 모임인 국부은하군은 지름이 1,000만 광년이나 되는 크기다. 국부은하군들이 모인 곳을 ‘은하단’이라고 하며, 다 시 은하단들이 모인 곳을 ‘초은하단’이라고 하는데, 우리 은하가 속한 ‘리키아케아 초은하단’은 지름이 약 5억 광년 크기이다. 초은하단들이 모여 우주를 이루는데 약 2조 개 의 은하가 있으며, 관측 가능한 우주는 지름이 약 930억 광년 크기라고 한다. 실제 크기는 알 수 없으므로 “관측 가능한…”이란 전제가 붙었다. 태양계는 모래알같이 작고 은하는 엄청나게 크며, 우 주는 그 크기를 알 수 없다. 인간의 신체를 포함한 지구상의 동·식물 등 모든 물 질은 분자로 조직되어 있다. 에탄올 용액 한 방울 속에는 7,000조 개의 분자가 있다고 한다.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 져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에는 양자와 중성자가 있는데, 이들은 여러 종류의 소립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를 포함하여 이 들을 통칭 ‘양자(量子, quantum)’라고 하는데 그 이름들 을 기억하기도 힘들다. 원자핵의 크기를 상암운동장의 야구공 크기라 한다면, 전자는 김포 어디쯤에서 돌고 있 을 것이고, 그 사이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다. 누 가 ‘몸짱’이라고 자랑하지만 우리 몸뚱어리도 사실 숭숭 뚫려 있는 공간이 차지하고 있다. 원자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원자를 우리 눈으로 보 려면 물방울의 지름을 24km로 늘려야 한다. 실제 원자 의 크기는 100억분의 1m 정도이다. 어느 학자는 TV에 등장하여 “동전의 크기를 지구 크기로 확대해 보면 원자 의 크기는 동전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자들은 아주 크고 원자들은 아주 작다. 어느 쪽이 더 긴가? 긴 것이 짧은 것이고 짧은 것이 긴 것이며, 큰 것이 작은 것이고 작은 것이 큰 것이다. 노자(老子) 선생께서 도 일찍이 “길고 짧은 것은 서로 만들어 주는 것이고, 높 고 낮음도 서로 채워주는 것이다. 우리 세상은 항상 그러 한 모습이다(長短相形 高低相盈 恒也).”라고 하셨다. 인 류 최고의 천재라는 아인슈타인 선생은 “시간이나 공간 도 상대적이며 축소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고 하셨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 원 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붕괴되지 않으며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거의 영원하다. 즉, 우리 몸이나 예술 품은 없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 사실은 그 수명이 모두 우 주의 역사에 버금갈 정도로 길고 길다. 인생이 예술보다 짧다고 불평할 일도 아니다. 그저 시원한 그늘에서 솔바람이나 쐬면서 차나 한 잔 함이 어 떠랴! 69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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