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9월호

안 토마토 등이다. 1980년대 중국 투어를 할 때는 제노바 의 한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의 셰프를 동반하기까지 했 다. 북부 이탈리아는 남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보니 고기, 치즈, 크림 같은 고열량 재료들을 많이 사용한 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로 알려진 ‘트러플(서양 송 로버섯)’이 주로 나는 고장도 북부의 피아몬테 지방이다. ‘파마산 치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파르미지아 노 레지아노’도 모데나와 인접한 파르마 지방에서 생산한 다. 커다란 북처럼 생긴 이 치즈는 내부를 파내고 화이트 와인을 부은 다음 파스타 같은 재료를 넣는 퍼포먼스용 으로도 유명하다. 파바로티의 고향 모데나는 와인을 숙성시킨 발사믹 식초가 태어난 곳이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와인은 식생 활의 필수품이었는데,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서 종종 포도가 지나치게 발효되는 일이 있었다. 낮은 도 수의 술은 오래 방치하면 식초가 된다. 전통 방식으로는 포도 원액을 끓인 후 나무통에 넣 어 최소 12년, 길게는 25년 이상 숙성시킨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조금씩 양이 줄어들다 보니 여러 개의 나무통에 조금씩 옮겨 담는데, 각기 다른 수종의 나무통들이 발사 믹 식초에 독특하고 다채로운 향을 입히게 된다. 모데나에서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요리로는 살라 미의 일종인 참포네, 생햄인 코테키노 모데나가 있다. 만 두 모양으로 안에 고기와 치즈를 채운 ‘토르텔리니’도 모 데나식 파스타다. 돼지족발과 비슷한 ‘카펠로 델 프레테’, 돼지비계로 만든 스프레드인 ‘페스토 모데네세’, 돼지껍 데기를 바삭하게 튀긴 ‘치촐리’ 등이 있다. • 볼로네즈·라자냐 등 모데나 파스타, 파바로티의 최애 소울푸드 이 중 파스타는 단연 파바로티의 ‘최애’였다. 그는 미트소스가 든 ‘볼로네즈’와 수프에 만두 형태의 파스타 를 넣어먹는 ‘토르텔리니 브로도’, 크림소스인 ‘토르텔리 니 알라 판나’, 미트소스와 넓적한 면을 층층이 쌓고 크 림소스로 마무리한 ‘라자냐’ 등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명 ‘느끼한 파스타’로 통하는 ‘까르보나라’와 ‘알프레도’ 역시 북부 이탈리아에서 주로 먹는다. 파바로티는 집에서 느긋하게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 다고 한다. 쉬는 날이면 파르마지오 치즈와 프로슈토 햄, 수타로 직접 뽑은 파스타와 정원에서 가꾼 야채로 파스 타 한 상을 차려냈다. 그는 레몬즙을 탄 에비앙 생수, 에 밀리아 로마냐의 레드와인 람브루스코, 스위트 와인 빈 산토 등도 즐겨 마셨다고 한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식성 때문에 파바로티는 한때 체중이 160kg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이때 그는 프 로슈토 햄과 송아지고기, 각종 야채 등으로 구성된 이른 바 ‘저탄고지’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그럼에도 공 연 전에는 반드시 달콤한 음식을 먹었고, “설탕 없이는 무대 위에서 로맨틱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음 악가들 중에는 공연 중 에너지가 바닥나는 일을 막기 위 해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파바로티의 친구들도 음식 선물을 하면 그가 가장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국의 뮤지션, 스팅은 파바 로티를 위한 선물로 프랑스산 블루치즈인 로크포르 치즈 와 몇 파운드의 스파게티, 파르미지아노 치즈에 프라이 팬, 나무 주방스푼을 보낸 적이 있다. 그의 오리지널 레시피인 ‘파스타 파바로티’도 있는 데 토마토 베이스에 레드와인, 마늘과 바질, 파르미지아 노 치즈 등으로 맛을 낸 것이다. 론 하워드 감독이 2019 년 그의 일생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파바로 티」를 보면 세계적 성악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모 습을 엿볼 수 있다. 파바로티는 어디에 머물든 요리하는 것을 즐겼으며, 자신의 집을 방문한 이들에게 항상 “뭘 좀 먹을래요?”라 고 질문했다. 맛있는 음식으로 지인들과 소통하고 기쁨 을 주는 것이 음악 외에 파바로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 한 가치였던 듯하다. 71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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