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9월호

표준 근로계약서가 존재하고 임금 체불 사실도 명 백하니, 별다른 쟁점 없이 무변론판결로 사건을 종결하 려는 것으로 보였다. 사건이 쉽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일 마지막 날에 피고 측에서 변호인 선 임계와 함께 답변서를 제출해 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피고 측 답변서의 주요 주장 1. 표 준 근로계약서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반 사정상 원고와 피고는 앱 개발을 목적으로 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원고는 수행해야 할 용역업무인 앱 개발업무를 전 혀 이행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한 사정 으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것을 기화로 임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3. 이 에 원고의 청구는 전부 기각되어야 할 뿐만 아 니라,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감 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반소를 곧 제기할 예정이다. 아니, 이건 또 뭔가? 기일에 쫓겨 급히 서면을 제출 하느라 주장을 충분히 전개하지 못한 것은 알겠으나, 도 대체 무슨 근거로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효력을 뒤 엎고, 이를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으로 주장한단 말 인가? 또, 무슨 ‘감당 못 할 손실’을 입었다고 반소를 제기 하겠다는 것인지? 나는 피고 측의 속내가 내심 궁금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후속 서면이 제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재판부도 나만큼 빨리 사건을 처리하고 싶었던지 조정절 차로 회부해 버렸다. 나 역시 의뢰인의 근로계약서상 임 금이 다소 과한 것 아닌가 내심 생각하고 있던 터라, 조정 절차에서 적당한 선으로 합의가 되는 것이 나을 수 있겠 다는 판단이 들어, 의뢰인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한 번 고민해 보라고 안내한 후 조정기일 에 출석하도록 하였다. 조정에 회부된 사건, 피고의 늑장 대응으로 ‘원고 청구 전부 인용’ 기일 마지막 날 피고는 도급계약이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항소장만 제출한 채 아무런 서면도 내지 않다가, 이유서를 제출한 것은 접수일로부터 장장 7개월이 지난 2024년 5월이었다. 조정기일엔 두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았고, 답변서에도 억지 주장만이 담겨 있었다.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이법의 민생사건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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