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정기일 첫날, 피고 측 변호사가 아예 출석 하지 않아 의뢰인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재판부가 조정 기일을 한 차례 더 지정하였으나, 다시 잡힌 기일에도 피 고 측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덕분에 의뢰인은 두 번 이나 긴장된 마음으로 먼 법원까지 왕복하면서 하루를 허비해야 했고, 소송 기간만 더 길어지게 되었다. 요즘 대부분의 민사사건은 일단 조정절차를 거치도 록 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런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쪽 당사자가 조정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어 1회 기일부터 불출석하거나, 사안 의 성질상 조정보다는 판결이 더 적합한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기계적으로 조정에 회부하는 관행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원고는 다시 한 번 준비서면을 제출하며 신속한 절 차 진행을 재판부에 촉구하였고, 재판부는 변론기일을 새로 지정해 주었다. 해당 기일에는 곧바로 변론이 종결 되었고, 선고기일도 함께 지정되었다. 그동안 피고 측은 반소는커녕 추가 서면조차 제출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다가 선고기일 바로 전날에 기 존 변호사에 대한 해임서를 제출하고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더니, 급기야 변론재개 신청서까지 제출하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재판부는 시기에 늦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다음 날 선고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는 당연히 원고 청구 전부 인용이었다. 돌이켜 보면, 피고 회사 대표는 경제적 문제로 자신 이 선임한 변호인에게조차 수임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간 제출된 서면의 내용 은 형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너무 부실했고, 조정기일 에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것 역시 그런 추측을 가능케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만 얼마라도 체불 임금을 지급하 는 선에서 조정절차에 본인이 직접 출석하여 합의를 시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사 건의 흐름을 보면, 피고 회사 대표는 애초부터 임금을 지 급할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앱 개발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봉으로 계약 서를 작성해 준 것도 그렇고, 첫 달부터 단 한 차례도 임금 을 지급하지 않고 8개월을 끌다가 결국 원고를 포함한 다 른 개발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든 것도 그렇다. 항소심 재판부, 형사재판 확정 때까지 기일 연기 결정 1심 판결 선고 이후 원고는 집행문을 발급받아 피 고 회사의 계좌를 압류해 보았지만, 역시나 잔액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승소가 확정된다 해도 과연 이 회사 로부터 실질적으로 얼마를 받아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소를 취하할 수도 없는 일이었 고, 노동위원회에 신고한 건이 잘 처리되어 피고에게 벌 금이 부과되면 일정한 압박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다 행히 노동위원회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회부했 고, 검찰은 피고에게 약식으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끝 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으나, 정작 민사 항 소심에서는 항소장만 덜렁 제출해 놓고, 항소이유서도 제 출하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원고는 법원에 ‘구석 명 신청서’를 제출해 피고에게 항소이유서를 조속히 제출 토록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한 차 례 더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했고, 어렵사리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시점은 항소장 접수 후 무려 7개월 이 지난 2024년 5월이었다. 지금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사건 접수일로부터 40일로 의무화되어 있어, 이처럼 지연되면 즉시 각하될 수 있지만, 2024년 당시에는 상대방이 이런 방식으로 시 간을 끌더라도 구석명 신청 외에는 별다른 대응 수단이 없었다. 한편, 그렇게 제출된 항소이유서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주장이나 증거도 없이 당사자들이 09 2025. 09. September Vol.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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