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상하게도 인터뷰가 있는 날이면 늘 비가 내린다. 이번 호의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9월 16 일 역시 굵은 장대비가 내렸고, 천둥과 번개까지 몰아 쳤다. 빗줄기를 뚫고 9호선 삼성중앙역 근처 골목길에 들어서자 “새한 법무사 합동 사무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주인공이 합동사무소를 운영한다는 정보 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간판에 적힌 또 다른 이름을 보 고 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필자와 친분이 깊 은, 동기 유수정 법무사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인터뷰를 마치면 인근에 있는 유 법무 사에게 연락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이었다 니! 사무실에 도착하자 문을 열어 맞이한 사람 역시 유 법무사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 다. 알고 보니 이미 필자의 방문을 알고 있었다고. 반갑게 맞아주는 유 법무사의 뒤에서 온화한 미소 를 띤 한 사람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바로 오늘 의 주인공, 김진석 법무사(62·서울중앙회)다. 서울중앙회는 30년간 법무사로서 일하며 국민의 법률복리 증진에 헌신하고 법무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회원에게 매년 ‘법무사 30년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 법 무사는 지난 5.23. 동료 27명과 함께 이 상을 수상했다. 법무사 7년 차에 접어든 필자로서는 ‘법무사 30년’ 이 사실 잘 그려지지 않는다. 30대 후반인 필자가 환갑 이 되는 시간이니 말이다. 김 법무사는 필자가 초등학교 에 입학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법무사로서 살아온 것인 데, 유치원에 다니던 한 아이가 어느덧 마흔을 앞둔 어 른으로 자라난 그 긴 시간 동안, ‘법무사’라는 하나의 직업으로 살아온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수렁에서 구해준 구세주 같은 직업, 법무사의 길 “저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어요. 어린 마음 에 정치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막상 입학해 보니 앞으로의 진로 가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다가 자유로운 직업을 갖는다 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하 고, 법과대학에 편입했어요. 그런데 건강상 오래 앉아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습 니다. 사법시험에 낙방하고 건강을 회복할 무렵 만난 것 이 바로 법무사시험이었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 법 학과를 학사 편입하여 졸업한 그는, 그렇게 한 줄기 빛 처럼 만난 제2회 법무사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법무사란 직업은 수렁에 빠진 저를 건져준 구세 주라고 해야 할까요?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떳떳한 직업 도 갖게 되고 결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축복 과도 같은 직업이지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담백하고 차분한 어조로 대답 하는 그였지만, 법무사에 대해 말할 때만큼은 ‘구세주’, ‘축복’이라는 단어를 통해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 보였 다. 이는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주로 취급하는 업무는 법인등기 관련 업무들이에 요. 부동산등기와 송무는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요.” 합동사무소의 주된 업무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 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토록 짧고 단정했다. 앞서 밝힌 대로 필자는 유 법무사를 통해 그가 ‘업무에 뛰어난 전 문성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성함 만 몰랐을 뿐. 벌써 7년째 김 법무사에게 많은 일을 배우고 있다 는 유 법무사는, 최근까지도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가 끔씩 접하는 어려운 사건들도 그는 큰 어려움 없이 바 로바로 길을 찾아 알려 준다”고 했었다. 필자는 그의 짧고 담백한 답변에서 유 법무사가 감탄했던 그 부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과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유능 함, 그리고 그 속에 응축된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기 때 문이다. 49 2025. 10. October Vol.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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