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0월호

고객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상담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 특히나 힘들 때가 고객이 잔 뜩 “화”가 난 상태로 법무사를 찾아왔을 때입니다. 법무사의 일처리 속도나 방식 등에 불만이 쌓 여 화를 내는 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 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겠죠. 억울한 건 ‘분쟁 상대’에 대한 분노나 불만을 법 무사에게 쏟아낼 때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 후 재산 분할’ 상황에서, 합의를 다 했는데 “전 배우자가 숨겨 둔 재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떻게 이렇게 배신을 할 수 있냐”며 법무사에게 따지는 식이죠. 이혼을 하자마자 차를 바꾸더라, 친구 명의로 해 둔 집이 있는 것 같다 등 쌓여있던 불만을 쏟아 내다가 “왜 이런 걸 미리 알아내지 못하냐”며 애꿎 은 법무사에게 화를 내는 고객,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인질협상에서 배우는, 화난 고객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VS ‘해야 할 말’ 법무사도 사람인지라,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도 함 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당황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런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화가 ‘정말’ 많이 난 사람을 상대하는 대화 상황에서 힌트를 얻어 볼까요? 바로 ‘인질범과의 협상’인데요. 협상 전문가는 이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로 3가지를 제시합니다. “진정하세 요.”, “이해합니다.”, “일단 나오세요.”인데요.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이 말들이 왜 위험한 표현일까요? 화난 상대에게 ‘진정’하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돌 아올까요?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냐!”며 화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확률이 큽니다. 진정이 안 되니 속 얘기를 털 어놓는 건데 입을 다물라고 한다고 느끼는 거죠. 우리 마 음속에 있는 “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걸 밖으로 충분히 내보내도록 해야 하죠. 1 “진정하세요” VS “화가 많이 나셨군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의 첫 번째 대응은 일단 들어 주는 것입니다.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때, 서둘러 말을 끊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마세요. 물론 법무사 입 장에선 황당할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이들의 ‘화’를 받아 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니까요. 하지만 고객들은 지금 해결책보다 자신의 억울함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털어놓 고 싶어 한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사람에게 “중심을 잘 잡고 서 있어라”고 아무리 말한들, 그 말이 귀에 들어가진 않으니 까요. 속에 있는 걸 털어놓도록 ‘시간’을 주는 게 상담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베테랑 인질 협상가는 이렇게 말합니 다. “진정하세요”라고 말하지 말고 “화가 많이 나셨군요” 라고 인정해 주라고요. 2 “이해합니다” VS “궁금하네요” 그다음 필요한 건 상대가 하는 말에 대한 대응입니 다. 이때 “이해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상대가 그 말을 믿지 않거든요. 화가 난 상대는 ‘아주 많은’ 사실이 쌓이고 쌓여서 그걸 분출하는 건데,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도 않은 채 ‘이해한다’고 말해 버리 면 내 얘길 듣기 싫어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뭘 이해한다는 거죠?”라거나 “제 입장이 돼 보셨나요?”라고 되묻게 됩니다. 상대를 진정시키려는 섣 부른 ‘이해’의 표현이 또 다른 차원의 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해한다’고 말하며 말을 끊으 려 하기보다, “궁금하네요”라고 오히려 상대의 말을 끌어 내라고 합니다. 여기엔 2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 애꿎은 분노의 화살 63 2025. 10. October Vol.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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