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다. 그 극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선조와 도 루묵 야사다. 청나라 말 사치와 향락을 일삼 았던 서태후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존재한다. 1900년도 팔국연합국이 베이징에 쳐들어오 자 서태후는 황급히 시안으로 피난을 가게 됐다. 야반도주하다시피 급히 나선 길이라 서태후 일행은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했다. 황궁의 내시들은 다리품 을 팔아 한 민가에서 옥수수가루로 만든 ‘워토우’라는 음식을 가져다 바쳤다. 굶주린 서태후는 워토우를 맛있게 먹었고, 베이징 에 복귀한 후에도 그때의 워토우를 찾았다 고 한다. 하지만 배가 고플 때 먹었던 워토우를 그대로 올렸다가는 그 맛이 아닐 것이 분명 했다. 결국 황궁의 요리사들은 워토우에 콩 가루, 밤가루, 흰설탕 등을 섞어 좀 더 호화로 운 메뉴로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오늘날에 도 워토우는 황실 요리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으며, 계수나무 꽃 등 별미 식재료로 맛을 낸다. • 권력 뒤의 미식과 사치, ‘오리 혀·샥스핀’ 등 고급요리 풀코스 청나라 황제 함풍제의 후궁이었던 서태 후는 아들을 황위에 앉히면서 동치제, 광서 제 때까지 권력을 누린 인물이다. 외세에 맞 서고 개혁을 추진한 여걸이라는 이미지도 일 부 있으나, 국고를 탕진하고 백성들을 고통 받게 했다는 악녀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그녀는 식탐이 강하고 입맛이 까다로웠다. 한 끼에 ‘128첩’, 식탐 황태후의 초호화판 수라상 정세진 작가· 『식탐일기』, 『내 책갈피 속 봉봉』의 저자 서태후와 동파육 슬기로운 문화생활 역사 속 인물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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