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다 누군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 는 조심스럽게 “웹소설 읽기”라고 답한다. 그러면 대개는 “그게 무슨 취미냐”며 웃어넘기거나, 더 ‘취 미다운’ 취미를 가지라는 조언을 하곤 한다. 어릴 적에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직접 사거나 빌려 읽었지만, 요즘은 서점도 줄고 책을 대여하는 곳도 드물어졌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는 글, 특히 웹소설을 찾게 되었고, 이제는 그것이 나의 취미가 되었다. 나 스스로는 전혀 이상하게 여 기지 않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가 보다. 내가 웹소설을 읽는 이유는 작가들이 현재의 불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중대한 범죄가 피해자의 관용이 아닌 법의 관용에 의해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 가 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응징이 내려진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의 편중과 불평등 문제도 소설 속에서는 재분배 라는 방식으로 해결되며, 그 순간만큼은 답답함이 풀리곤 한다. 나는 요즘 시대를 일종의 ‘아포칼립스’ 상황에 비유해 본다. 흔히 아포칼립스라 하 면 빙하기와 같은 자연재해, 무정부 상태에 빠진 사회, 혹 은 팬데믹을 떠올리지만, 지금 정치권의 혼란, 국제 분쟁, 개 인과 기업의 부채 문제 등 산적한 현실을 보면 그 자체로 대재앙을 앞둔 듯한 위기감이 느껴진다. 웹소설 속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불세출(不世 出)의 영웅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현실에서 는 그런 인물의 등장은 바람에 불과하며 실현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로부터 외면하거나 도피 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상담의 상당 부분은 상속포기나 한 정승인 사건이고, 나머지는 채권 회수를 위한 소송 이나 집행 사건이 차지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지 금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하게 된 다. 물론 어느 시대나 고비는 있었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지금의 어려움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는 바 람직하다. 다만 반추가 후회로만 이어져 상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미래 대비가 허황된 환상에 머 물러서도 안 될 것이다. 어제가 오늘을 만들었듯, 오 늘은 내일의 과거가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구분 되면서도 결국 연결되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을 충 실히 사는 것이야말로 현 상황을 이기고 미래를 대 비하는 길일 것이다. 웹소설은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를 보여주지만, 우리는 판타지 밖 현실을 살아야 한 다. 그렇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자의 의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의무를 다 하고자 다짐한다. 편집위원회 레터 이경록 법무사(강원회) · 본지 편집위원 Editor’s Letter 82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