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10월호

1998.12. 저는 사업차 강원도를 방문했다 돌아 오던 중, 폭설로 국도 부근에 차를 세우고 잠이 들었 습니다. 얼마 후 목에 차가운 것이 느껴져 눈을 뜨니 강도들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고, 강도들은 제 신분증 을 빼앗아 “신고하면 주소지로 찾아가 가족들을 죽 이겠다.”고 협박하며, 일행 중 한 명에게 저를 죽이라 고 지시하고는 사업자금이 들어 있는 제 가방을 들 고 달아났습니다. 저는 차에 남은 한 명과 살아남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고, 얼마 후 강도가 담배를 피운 다며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순간, 차가 폭발하면서 열린 문틈 사이로 튕겨 나왔습니다. 이후 6개월을 방황하다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그사이 아버지가 사망신고를 했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저를 찾아온 사람이 있 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도들이 저를 찾고 있는 것 같았고, 만약 제가 살아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계속 미루다 보니 어느덧 죽은 사람으로 27년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큰딸이 외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는데, 신분이 없는 상태인 저로서는 참석할 수가 없으니 큰딸이 매우 서운해하고, 작은딸로부터도 “결 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등록부상 사망자로 되 어 있는 아버지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이제는 내 이름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법무사사무소 를 알아보다 여성 법무사님이 공감을 더 잘 해줄 것 같아 이혁준 법무사님 사무소를 방문했습니다. 두려움에 떨며 죽은 사람으로 살았던 지난 27 년의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자 이 법무사님도 함께 울며,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통해 큰딸 결혼 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법무사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던 중 경찰청에 보관된 제 십지지문 기록이 모 두 폐기되어 동일인 증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 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이 법무사님은 다 른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며 침착하게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십지지문의 마이크로필름 기록이 남아 있 는 것이 발견되어, 무사히 등록부 정정 결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만 사람을 살리는 직업인 줄 알았는데, 법 무사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 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에 공감하 며 저를 법적 권리와 의무가 있는 법률상 현존하는 사람으로 살게 해주신 법무사님께 이루 말할 수 없 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법무사 내가 만난 법무사 이혁준 법무사 (경기중앙회) (가명) 원기찬 경기도 용인시 거주 83 2025. 08. August Vol. 698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