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1월호

14 15 2026. 1. January Vol. 703 작년 6월에 수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 맡은 상속 등기 건은 서울서부지방법원등기국 관할이었다. 처음엔 관 할 특례로 접수할 생각이었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등기국 근처에 있는 동기를 만나 차 한 잔 하고 결국 근처인 서부지 방법원등기국에 접수하고야 말았다. 처음 가본 서부지방 법원등기국은 아담했고 친절했다. 며칠이 지나 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보정 알람이 울렸다. 보정으로 추가 제출할 서류는 제적등본이었다. 내 가 제출한 서류로는 망자의 28살 이후 기록만 알 수 있어서 이전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이 등기관님의 설명이었다. 친절한 등기관님을 만나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초보 법무사로 제적등본을 살펴본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물 어볼 것이 많았고, 답변 내용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망자 큰아버지의 제적등본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었 는데, 호기심 많은 의뢰인은 처음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라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정리가 되었는지 본 인의 가족사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큰아버지의 본적을 찾아 제적등본을 떼는 데 성공했다. 등기가 교합되고 나서 다시 천천히 제적등본 을 들여다본다. 가족 일원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끊으며 살아왔는지 가 한눈에 보인다. 타이핑해 남긴 기록도 있고, 한자와 한글 을 섞어 손으로 일일이 적은 기록도 있다. 손글씨로 쓰던 당시에는 먹을 갈아 유리펜으로 썼다는 얘기도 들었다. 언제 태어났는지, 부모와 형제는 누구인지, 어디에 살았는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언제 몇 명을 낳았 는지, 언제 사망했는지가 흐린 복사본 안에 모두 기록되어 있다. 언젠가 조상과 뿌리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나를 이 해하기 위해 ‘부모님’과 그 윗세대를 생각했고, 그들의 사 연을 떠올렸다. 친할아버지는 작은 키에 깐깐하고, 할머니는 둥그런 입 술과 얼굴, 외할아버지는 이국적인 외모에 갈색 피부, 외할 머니는 칼국수를 잘 만드시고 작은 키에 귀여운 인상을 가 진 분이셨다. 이런 분들이 만나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낳으셨고, 두 분이 만나 나와 동생들을 낳으셨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은 고작 내 부모님의 부모님까지의 이름과 흐릿한 얼굴 정도 다. 그러나 제적등본에서는 그 윗세대까지 볼 수 있으니 나 름 흥미로운 발견인 셈이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한 글자 한 글자 유리펜으로 눌러 쓴(혹은 미끄러지듯 가볍게 쓴) 이름과 행적들을 보면, 그분 들이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시간과 함께 다가오는 것 같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상되어 그런지 한동안 제적등본에 대 한 흥미가 가시지 않았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유리펜 기록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기획 연재 ⓒ이우연 2026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