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1월호

16 17 2026. 1. January Vol. 703 법무사(경기중앙회) 박정준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 허위 공정증서를 이용한 아파트 분양권 가압류에 의한 손해배상사건(2018) 우리는 종종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 한다. 사례를 들어보면 평생 경찰서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주로 피해를 입는다. 범죄자들이 사칭하는 기관이 주로 검찰청, 경찰청처 럼 이름만 들어도 긴장되는 곳이기 때문에, 공포감이 판단 능력을 지배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말 그 대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평소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해 마지않던 이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울먹이며 “나도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후 그 지 인에게 ‘헛똑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본인은 웃 으면서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사건은 허위 공정증서를 이용한 부당한 가압류 사건(2018)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은 아니지만 절박한 사정 속에 놓인 피해자가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을 믿고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사건이 시작 되었다는 점에서 그 결은 다르지 않다. 조금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점도 그 렇다. 뒤돌아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다급한 상황일수록 조급함과 공포를 이겨내고 마음보 다 머리로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일수 록 믿을 만한 사람의 도움을 구하겠다는 최소한의 행 동 원칙을 세워 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김영희(가명) 씨는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 상을 청구하고 싶다고 필자를 찾아왔다. ‘김철수(가 명)’라는 사람이 허위 공정증서를 이용하여 자신이 분 양받은 ○○시의 아파트 분양권에 가압류를 신청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약간은 부끄러워하며 말 을 꺼내는 것을 보니 거기에는 자신의 실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일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씀해 보실까 요? 우선은 사실관계부터 정리해야 하니까요.” 김영희 씨는 A와의 잘못된 계약관계로 인한 분쟁 을 겪고 있던 중 ‘김철수’란 사람을 소개받았다. 어떻 게 분쟁을 풀어가야 할지 몰라 주변에 하소연을 하던 중, “그 문제를 정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한 지 인이 소개한 사람이 바로 김철수였다는 것이다. “‘저 사람 한번 시켜 봐. 이런 쪽 일 많이 해 봤대’라 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골치 아픈 그 분쟁을 누가 나 서서 대신 정리만 해 준다면 뭐든 하겠다는 심정이었 죠.” 김영희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만난 김철 수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제안을 했다. “내가 A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까 김영희 씨 명의로 1억짜리 공정증서를 하나 만들어만 주세요. 그 대신 그걸로 A하고의 복잡한 관계는 제가 싹 다 정리해 드 릴게요.” 공정증서의 법적 의미, 특히 집행인낙이 포함된 공 정증서의 무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김영희 씨는 “대신 문 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말만 믿고서 김철수와 함께 공 증사무실을 찾았다. 그렇게 2017년 5월경, 김영희 씨는 발행인이 자신, 수취인이 김철수인 1억 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이에 대한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실제로 김철수에게 진 빚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으로는 ‘1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되어 버 린 것이다. “처음 보는 김철수의 말만 믿고 1억짜리 채무를 공 증까지 받아서 줬다고요? 왜 그랬어요, 저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이야기를 듣고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단도직입 적으로 물었더니 김영희 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 을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왜 그랬는지 모 르겠어요. 그때는 그냥, 이 사람 말만 믿으면 이 지겨 운 분쟁이 빨리 끝나겠구나, 거기에만 꽂혀 있었던 것 허위 공정증서의 작성 :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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