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 2026. 1. January Vol. 703 같아요.” 여전히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은 사건의 출발점일 뿐, 핵심 쟁점은 아니었기에 더 깊이 캐묻지 는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이후에 김철수가 무엇을 했 는가이기 때문이다. 공정증서를 작성한 후 뒤늦게 불안감을 느낀 김영 희 씨는, 한 법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 법무사님 말씀이 실제 채무 없이 공정증서를 작성한 건 큰 문제이고, 나중에 강제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효력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 을 듣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허위의 공정증서 작성이 사기 또는 불법행위의 가 능성이 크므로, 공정증서의 효력을 반드시 무력화하 라는 법무사의 조언을 들은 김영희 씨는 곧바로 김철 수를 찾아가 “공정증서 정본을 돌려달라”고 요구했 다. 그런데 김철수의 반응이 무척 의외였다. “아주 쿨하게 나오더라고요. 공정증서 정본을 돌려 주면서 ‘그럼 이걸로 정리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진짜로 정리가 된 줄 알았죠.” 김철수는 2017년 5월 말경, 공정증서 정본을 김영 희에게 반환함과 동시에 “위 공정증서는 효력이 없 다”는 취지의 확인서까지 작성해 주었다. 이 시점만 놓고 보면, 공정증서는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무 효로 정리된 문서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물론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철수 는 공정증서 정본을 돌려준 다음 날, 공증사무실에 가 서 정본을 분실했다며 공정증서 등본을 재발급 받았 다. 그러고는 경찰서로 가서 김영희 씨의 아파트 분양 계약서에 대한 분실신고접수증을 발급받은 뒤, 이를 첨부해 법원에 김영희가 소유한 ○○시 아파트 분양 권에 대한 청구금액 1억 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1. 그 리고 보전할 채권의 소명자료로 바로 그 공정증서를 제출했다. 사건의 숨겨진 내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수는 김영희 씨의 아파트 분양권을 노리고 덫을 놓았던 것 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았다. “정본을 돌려주며 ‘효력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써 준 사람이, 다음 날 바로 등본을 떼어다가 가압류를 한 거네요? 확인서까지 써준 마당에 조사하면 다 나올 텐 데?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필자의 반문에 김영희 씨도 “네, 저도 그걸 나중에 야 알았어요. 그때는 정말,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것 같아요”라며 읍소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압류는 이의신청해서 취소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김영희 씨 도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손해’는 정확히 어떤 것 일까? 김영희 씨는 준비해 온 파일에서 아파트 전매계 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김철수가 신청한 가압류 결정이 났을 때, 제가 가 지고 있던 ○○시 아파트 분양권은 이미 전매계약이 체결된 상태였어요. 문제는 그 계약이 가압류 때문에 깨졌다는 거죠.” 김철수가 아파트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던 2017 년 6월경, 김영희 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분 양권 전매계약을 체결했다. 분양대금에 프리미엄 153,000,000원이 더해진 계약이었다. “당시는 ○○시의 부동산시장이 한창 좋을 때였 죠. 주변에서도 ‘지금 잘 팔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 고요. 저도 그 계약만 성사되면 금전적으로 숨 좀 돌 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2017년 7월경, 법원에서 발령된 분양권 가 압류 결정 정본이 김영희 씨에게 송달되었다. 그제야 김철수가 자신의 분양권을 가압류한 사실을 알게 되 었다. 김영희 씨는 어쩔 수 없이 매수인에게 가압류 사실을 통지하면서, “허위 공정증서를 이용한 부당한 가압류라, 이의신청을 해서 곧 해제시킬 수 있다”고 했으나, 매수인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리는 만무했다. “처음에는 매수인도 ‘빨리 이의신청을 해서 가압 류를 풀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가 달라 지더라고요. ‘혹시 나중에라도 분쟁이 생기지 않을 까’ 걱정하는 눈치였죠.” 매수인 입장에서는 ‘가압류가 설정된 분양권’이라 는 사실 자체가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았 을 것이다. 결국 매수인은 가압류로 인한 불안을 이 유로 계약 해제를 요구했고, 김영희 씨는 본인의 책 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분양권 양도에 관한 권리 포기 및 매도인의 과실 가능성을 시사하는 각 서’까지 작성하며, 1차 전매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 었다. 다행히 매수인이 계약해제에 의한 손해배상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인이 된 느낌이었어 요.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김영희 씨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물씬 배어있었다. 필자는 그 이후 가압류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는지 물 었는데, 이의신청을 통해 가압류는 해제되었다고 한 다. 한편, 2017년 8월 2일, 정부는 이른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를 투기지구에 포함시켰 다. 이후 ○○시 분양권 및 아파트 시세는 상당한 조 정을 겪었다. 김영희 씨가 2차 전매계약을 체결한 시 점은 가압류 해제 후인 2017년 10월경으로, 당시 조 정장의 한가운데에서 전매계약의 프리미엄이 대폭 축소되어 120,000,000원에 불과하게 되었다. 1차 계 약 당시 프리미엄 153,000,000원에서 33,000,000 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김영희 씨가 주장하는 손해는, ‘1차 전 매계약과 2차 전매계약 사이의 프리미엄 차액 33,000,000원과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해 쓴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 이렇게 정리 하면 되겠네요?” 김영희 씨는 바로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특히 1차 계약이 깨지는 순간, 제 탓도 아닌데 제가 잘못한 사람처럼 사과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 어요. 그건 돈으로도 안 풀리더라고요.” 스무고개 넘기와도 같았던 상담의 과정을 통해 드 공정증서상의 변제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경우 등은 즉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집행권원을 얻은 후에도 가압류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1 공정증서 무효 하루 만에 분양권 가압류 :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 손배소송 승소해도 집행은 어쩔 것인가? : 산 너머 산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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