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55 2026. 1. January Vol. 703 성격을 가지며, 사실상 공권력의 주체나 다름없는 사 업시행자와 일개 개인이 대립한다는 점에서 이미 기울 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이 러한 점 때문에 행정법학계에서는 특히 ‘사업인정 후 협의’의 법적 성질을 ‘공법상 계약’으로 본다). 아니나 다를까,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협의계약서에 는 토지소유자인 종중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사항들 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지급된 보상액에 착오가 있을 경우 환수에 관한 조항만 있고 반대로 추가지급에 관 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든지, 계약체결 후 토지인 도 시까지 발생하는 조세 및 멸실 등의 위험부담을 종 중 측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킨다든지, 「민법」 상 동시 이행채무에 해당하는 사항을 종중의 선이행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든지 하는 내용 등이다. 이 외에도 보안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사항들( 정말 핵심적인 불평등조항은 이쪽에 대거 포진되어 있 다)로서 일반인인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눈치채기 어려 운 불평등조항이 많았다. 필자는 해당 내용을 사업시행자와 조율하여 거의 평등한 조항이 되도록 수정했다. 또, 사업시행자 측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종중에게 유리할 수 있는 사 소한 조건들을 몇 가지 제시하여 해당 조건이 받아들 여졌다. 보안상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는 점이 안 타깝지만, 대표적으로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종중의 묘소로 향하는 진입로를 유지·보수토록 하는 약정 등 을 들 수 있겠다. 이와 같이 협의 단계에서는 “보상금 늘려 달라”는 부탁만 제외하고는 토지소유자들의 터전에 체육시설 을 지어준다든가, 마을 기반시설의 지속적인 유지보 수 서비스를 제공한다든가, 사업시행으로 인한 이익 의 일부를 토지소유자 측에 환수한다든가(또는 사업 시행자 측에서 토지소유자들을 우선 고용한다든가) 하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조건들을 자유로이 제시할 수 있다. 만약 협의가 결렬되어 수용재결로 넘어가는 순간부 터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게 되므로, 이는 장기 적으로 봤을 때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도 너무나 불편 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은 토지소유자와 사업시행자 간 지속적인 소통이다. 감정평가 현장에서 A씨를 처음 만난 3월부터 11월 초까지 필자는 토지소유자와 사업시행자 사이에서 의 견서를 주고받으며 양자의 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지 속적으로 조정한 끝에 마침내 협의가 성립되기에 이 르렀다. 장고의 노력 끝에 어느새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 오기 시작한 어느 일요일 아침, 필자는 A씨를 따라 종 중총회 겸 시재(施齋)에 참석하여 40~50명에 이르는 종중원의 뜻을 하나로 모아 한 명의 반대도 없는 만장 일치 결의를 이끌어냈고, 수많은 종중원의 감사인사 를 받으며 묘소 앞 잔디밭에 앉아 제삿밥과 막걸리를 얻어먹었다. 이때의 뿌듯함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번째 종중사건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지 며칠 지 나, 이번에는 평소 감정평가 업무로 친분이 있던 사업 시행자 측 직원 B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역 시나 종중토지에 대한 공공용지 협의취득 사건이었는 데, 협의는 지난 10월에 잘 성립했으나 등기가 교합되 지 않고 있단다. 들어보니 꽤나 난감한 상황인 것 같았다. B씨도 공공 용지 협의취득 사건에 있어서는 잔뼈가 굵은 터라, 종 중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경험도 꽤 있어서(법무 사 위임 없이 직접 촉탁 처리할 만큼) 이번에도 늘 하던 대로 했는데, 두 번이나 각하(그리고 취하)를 당했다 청하고, 재결이 인용되면 사업시행자는 당시(③)의 감 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 또는 공탁하고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만약 재결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수용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이 의를 신청(④)할 수 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이의 신청에 대한 재결을 내려 수용재결의 전부 또는 일부 를 취소하거나 보상액을 변경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⑤)으로 재결에 불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용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며, 만약 이의신청을 거 쳤다면 이의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협의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액이 결정되면 대부분의 토지소유자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가 장 많이 찾아가는 곳은 소위 토지보상 전문임을 표방 하는 법무법인들.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당연하게 도 상당수가 “무조건 불복하라”고 한다. 그러나 「토지보상법」의 최고 전문가인 감정평가사 는 상당수가 “협의에 응하라”고 할 것이다(기 보상평 가액에 위법이 없다는 전제 하에). 왜 두 전문가 집단의 답변이 이렇게 갈리는 것일까? 일단, 상기했듯이 불복 시마다 보상금이 새로 평가되 는데 「민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여기에 도 준용되므로 토지소유자 일방만이 불복하는 경우 보상금은 무조건 상승한다. 단 1%라도 상승하면 몇백~몇천만 원씩 보상금이 증 액될 수 있기 때문에, 증액분의 50%를 변호사 성공보 수로 지불하더라도 토지소유자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 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변호사로서도 무조건 남는 장 사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래와 같은 3가지의 함정이 있다. 물론, 협의보상 당시 감정평가 자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작정하고 털면 오류 없이 완 벽한 감정평가서는 드물다. 만약 감정평가 자체에 오 류가 있고, 보상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류에 해 당한다면 위와 같은 함정에도 불구하고 불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토지소유자의 권익을 위하는 전 문가는 ①감정평가서상 오류를 검토한 후 ②보상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류가 없다면 ③협의에 응하 되 협의계약서상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동시에 사업시행자 에게 이익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불복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던 A씨에게 (필 자가 협의보상 당시 감정평가를 수행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최대한 협의에 응 하도록 설득했고, 다행히도 A씨를 비롯하여 동석했던 종중회장 및 부회장께서도 필자의 조언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② 협의계약서의 수정 -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간 균형잡기 게임 공공용지 협의취득은 판례에 따르면 사법상 매매에 해당하지만, 절차상 수용재결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1. 재평가는 협의보상 당시 감정평가에 위법이 없 는 한, 가격시점 변경에 따른 지가상승분(≒물가상승 률)만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의 당시에 비해 지가변동이 미미하다면 세금과 변호사 보수를 떼고 남은 증액분은 은행 이자보다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 2. 협의 과정에서 토지소유자는 유리한 협의조건 을 협상카드로 내세울 수 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닌 이상 사업시행자는 웬만하면 협상에 우호적이다(사 업이 지체되는 것이 가장 큰 손해이기 때문). 수용재 결로 넘어가는 순간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해진다. 3. 드문 일이지만, 토지소유자의 불복에 맞서 사 업시행자도 보상금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불복할 가 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배제되 면서 오히려 협의 당시보다 보상금이 감액될 위험성 도 있다. 사례 2 : 두 번 각하된 종중토지 소유권 이전등기, 14일 만에 교합시킨 사건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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