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1월호

68 69 2026. 1. January Vol. 703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정중하지만, 알고 보면 ‘이상한’ 말들 금지·양해의 주체, 경조사 관련 표현의 바른 사용법 우리의 의식(意識)을 비롯한 정신생활의 거의 전부를 이루는 언어적 표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규 범을 인식하고 좋은 쓰임새를 찾는다는 것은 별개의 전공이 필요한 학문이라기보다 누구나 거기서 자유 롭지 않은, 이른바 ‘교양’의 영역이라 할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이 칼럼을 통해 우리 법무사가 문서 작성 이나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는 언어적 표현 몇 가지를 가져와 재고(再考)해 보고, 바른 사용례를 감히 제 시해 보려 한다. <필자주> 지난달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내를 둘러보니, 여 러 가지 알림사항이 스티커에 적혀 벽에 붙어 있기도 하고, 대형 T.V.의 자막으로도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흡연이나 애정행각을)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 니다.”라는 공고를 보고는 “파…”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금지(禁止)’는 ‘법이나 규칙, 명령 따위로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함’이다. 누가 하는 것일까? 관 계당국(關係當局, Authority Concerned)이다. 그러 면 우리는? ‘삼가(愼)는’ 것이다(‘삼가하는’이 아니 다). 내가 결심에 따라 금연(禁煙)할 수는 있어도, 골 목길의 문구로 나에게 “흡연을 금지”해 줄 것을 ‘요 청’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예 ‘촬영 중이니 알아서 하라’고 경고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는 위와는 반대의 경우다. 가끔 어느 회의 나 행사 자리에서 시작이 늦어지면 “양해 말씀 드립 니다.”라고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심각한 전도(顚倒) 금지는 누가 하는데? 누가 누구를 ‘양해’해?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 연극배우 · 공연예술 평론가 이다. 뭐가 문제일까? “양해(諒解)”는 ‘사정을 잘 헤아려서 너그러이 받 아들임’을 뜻하는 말이다. 좀 더 공손히 “혜량(惠諒)해 주세요”라고 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understanding” 이다. 즉, 너그러운 상대방, 참석자, 귀빈 등이 양해하 는 것이지, 주최 측이나 사회자가 양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양해 말씀을 드리지 말고, ‘양해를 구 한다(바란다)’는 표현을 쓰자. 본인이 양해한다면 매 우 거만해 보이지 않을까? ‘양해각서(諒解覺書)’의 ‘양해’도 바로 이 양해 이고,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약자로 MOU) 독자들 은 다 아시니 생략하겠다. 며칠 전 이메일을 받았을 때의 경험이다. 말미에 “양해바랍니다.” 또는 “회신 바랍니다.”라고 쓴 부분이었는데, 내용은 틀리지 않 지만 띄어 쓰지 않았다는 문제를 떠나서라도, 그게 존댓말이니까 공손한 표현인가? 개발독재 시대에나 쓰던 이런 고압적인 표현을 업무상 요청 메일에 쓰다니, 좀 놀랍고 양해가 안 되 었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기상이변 등으로 화면 이 고르지 않을 때 적혀 나오던 자막처럼, ‘양해바랍 니다’라는 일방적 통보는 매우 권위적이고 상명하달 로 느껴지니, 이제는 그렇게 쓰지 않으면 좋겠다. 위의 “삼가(愼)” 얘기가 나온 김에 이 이야기도 해 보자. 여기서의 ‘삼가’는 부사(副詞)인데, 지인의 부고(訃告)를 받았을 때 “고인의 명복(冥福)을 빌며, 유가족께 심심(甚深)한 위로를 드린다”는 말을 하거 나 SNS에 댓글 등을 달곤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위의 제목처럼 띄어쓰기를 안 하거나 마침표를 안 적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 군가 게시판에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 고 기리는 차원에서, 마침표도 이 생(生)에서의 종결 을 의미하니까 에둘러서, 붙여 쓰며 마침표는 생략하 자고 적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진짜 그래야 하 나 보다 하고 따라 하게 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짜 정보이고 억지 주장 일 따름이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그렇게 쓰는 것이 옳 다고 한 적이 없고, 망자(亡者)의 혼을 기리는 마음이 그런 식의 변용으로 합리화될 리도 없다. 망자가 맞 춤법을 들고 떠나시지는 않겠지만…. 더불어, 부고를 보낼 때에도 고인이 몸담고 추구 했던 종교의 맥락에 따라 표현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은 나도 최근에 배웠다. 위의 명복은 원래 불교적 용어이지만 보편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고, 사망 사 실을 가리킬 때 가톨릭에서는 ‘선종(善終)’, 기독교( 개신교)에서는 ‘소천(召天)’하셨다고 하고, 불교에서 는 ‘열반(涅槃)에 드셨다’고도 한다. 중립적으로는 ‘ 별세(別世)’, ‘작고(作故)’ 정도를 쓰면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예식장(장례식장 포함)에서 내는 위로금 또는 축하금도 한번 정리해 보자. 보통 ‘부줏돈’이라고 하 는 ‘부의금(賻儀金)’은 당연히 ‘조의금(弔意金)’과 같 은 뜻으로 상례(喪禮)의 자리에서만 써야 할 것이다. 결혼식이나 돌잔치에서 축하하는 의미로 내는 돈의 이름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경조사(慶弔事)에서 내는 돈을 통 틀어 ‘부조금(扶助金)’이라는 말을 쓸 수는 있다. 말 그대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우리의 전통을 반영 한 말이다. 이를 위의 ‘부줏돈’ 말고 ‘부좃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관혼상제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맡은 일 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 에 “염불보다 젯밥”이라는 표현을 가끔 쓰는데, 종교 화합의 절정이라 하겠다. 불교에서는 ‘재(齋)’를, 유 교에서는 ‘제(祭)’를 지낸다. 그러니 ‘염불(念佛)보다 잿밥’, ‘제사(祭事)보다 젯밥’이라 써야 정확한 표현 이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슬기로운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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