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71 2026. 1. January Vol. 703 MOVIE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PRESCRIPTION 슬픔, 분노… 여러 감정으로 지칠 때, 「인사이드 아웃」 당신의 슬픔은 안녕하십니까? 영화평론가 · 전 「법률신문」 기자 ⓒ Disney / Pixar, Inside Out (2015) 는 마침내 슬픔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기쁨과 슬 픔, 그리고 여러 감정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세계. 라일 리의 마음속 다채로운 빛깔을 스크린에 새긴 채 영화 는 막을 내린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15번째 장편 애니 「인 사이드 아웃」이 개봉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어제 개봉한 것만 같은 싱그러움이 있다. 그것은 「인사이드 아웃」이 다루는 이야기가 오늘날 여 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이 팍팍한 우리는 때로 슬픔 이가 전하는 시그널을 감지하지만, 이 것을 애써 무시하고 꾹꾹 누르며 치열 한 삶의 전선으로 무표정하게 되돌아 온다. 때로 슬픔은 거추장스럽다. 그 것은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마음의 떨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인사이드 아웃」 이 묻는다. 당신의 슬픔은 안녕하냐 고. 그것과 절연한 채 지내고 있지는 않느냐고. 실은 우리도 알고 있다. 인 생의 어떤 순간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저 슬퍼서, 그걸 정면으로 마주 보고 뜨겁게 껴안아 눈물로 적시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슬픔을 관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필요한 만큼 슬퍼하는 것이니까. 하지 만 나이가 들수록 피로하다는 핑계로 결정적 순간을 회피하는 우리는 점점 더 슬픔에 서툴러지는 것 같다. 「인사 이드 아웃」은 그런 우리를 환기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나약하지 않다 고.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행위는 자 신의 슬픔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월-E」 등을 제작한 픽사는 언제나 ‘이별과 성장’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다. 「인 사이드 아웃」은 라일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유년기와 작별하며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슬픔이’다. 그것은 이별과 성장, 그 사이를 잇는 슬픔이 이다지도 반짝일 수 있다는 속삭임이 아닐까. 당연한 말에 새삼 눈물이 나는 것은 영화가 무척 다정하기 때문일 것이 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갇힌 슬픔이를 풀어주러 가야 겠다. 영화 「타짜」에서 작업 타깃이 된 호구(권태원)는 다가오는 운명을 알지도 못한 채, 예림(김혜수)에게 으스대며 말한다. 도박은 다름 아닌 파도라고.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는 거야!” 비록 호구지만, 그의 말은 삶의 일면을 날카롭게 관통한다.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은 파도가 아니던가. 올 라갔다가 어느새 내려오고, 다시 오르는 듯싶다가 추 락하는. 이러한 것 중 하나로 ‘마음’이 있다. 행복한 듯 싶다가도 어느새 아릿한 통증을 선사하며 우리를 괴 롭히는 마음. 통제할 수 없는 맘은 영원한 난제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 순간을 만끽하면서도, 힘들 고 아픈 순간에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고개를 떨구고 만다. 그저 이 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며. 이 지 면은 그러한 당신을 위하여 마련했다. 마음속 파도가 당신을 저 아래로 끌고 내려가는 순간을 위하여. 당신 이 어둠 속에서 홀로 견딜 때를 위하여. 이름하여 「12 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앞으로 일 년 동안 매달 한 편의 글로 찾아올 것이 다. 마음이 고장 났을 때 복용할 수 있는 영화와 함께. 부디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면의 포 문을 여는 작품으로 「인사이드 아웃」(2015년 작. 피트 닥터 감독)을 택한 것은 퍽 적절한 선택이 아닐까. 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는 다섯 개의 감정이 산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바로 그 주인공이 다. 이들 중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은 ‘기쁨이’다. 기쁨이는 라일리의 삶을 반짝이는 미소와 환희로 채우 기 위해 늘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래서 기쁨이는 종종 슬픔이가 이해되지 않는다. 자기가 라일리의 기억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순간에 슬 그머니 나타나서 슬픈 추억으로 돌려놓으니까. 하… 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라일리에게는 슬픈 순간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슬픔이의 존재는 빛을 발한다. 슬픔이는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인생의 상처 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또 뜨겁게 눈물 흘리며 그 순 간을 매듭짓는다. 우리는 이 과정을 ‘애도’라고 부른 다.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이 로켓을 잃어버려 울고 있을 때에도, 그를 위로하는 것은 기쁨이의 웃음 이 아니라 슬픔이의 따스한 공감이다. 그들은 한바탕 울음 끝에 우뚝 일어나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슬픔 또한 인생의 중요한 일부임을 깨달은 기쁨이 행복한 순간에 꼭 나타나는 슬픔이, 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슬픔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행위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슬기로운 문화생활 홍수정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