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글을 쓸 때 제목이 쉽게 떠오르는 편이다. 떠오른 제목 이 처음부터 잘 맞아서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고, 약간의 고민과 수정 끝에 제목을 정하기도 한다. 그 런데 이번에 쓸 이야기는 제목 정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피고와 그 시간 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 날 노부부가 한 청년의 도움을 받아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있으신 두 분 이 한참 숨을 돌리고 나서 얘기한 단어는 ‘파양’이었다. 할 아버지가 입양한 자녀가 있는데 50년 가까이 보지도 못하 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연락 한 번 주고받은 적 없어 고령이다 보니 정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재판상파양’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안내 하고 며칠 후 서류를 받아보니 입양한 기록은 없고 할아버 지가 오히려 출생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친생부인의 소 또는 친생자관 계부존재확인의 소로 가야만 하는데, 여러 요건을 따져보 고 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진행하실 것을 권 해드렸다. 서류상 자녀인 분에게는 사전에 유전자 검사 협조를 구하는 내용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절차들을 서면으로 알 려드리기로 했다. 자녀의 주소는 할아버지가 떼 온 초본 상 주소지로 적어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자녀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였다. 당황하였다는 말로 시작하여 그간 본인이 살아온 이 야기와 함께 서류상 아버지가 혹시 본인의 친부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선뜻 용기 내어 찾아보지는 못했으나 마음 한편에서는 언제나 그리워했었다는 이야기, 아버지는 건 강하시냐는 질문과 검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중간중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모두 사정이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3살)에 서류상의 부(父)를 만났 으나 2년 동안 한집에 산 것이 전부였고, 그 이후에는 양 부모님을 만나 입양된 분이셨다. 나는 이 확인의 소송이 진행되고 인용이 되면 이후에 자녀분이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지는 않았 다. 나중에 그분의 남편분과 통화를 하였는데, 남편분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음 아파할 시간이 충분히 있 어야 할 것 같았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일주일도 안 되어 결과지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친자관계 아님.’ 지금쯤 자녀분은 소장부본을 송달받았을 것이다. 성본을 다시 창설해야 한다는 말씀도 남편분께 전달은 해 드렸고 남편분은 개명까지도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아내 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무소에 도착한 유전자검사 결과지에는 50년간 서 로 행방도 모른 채 지내왔던 서류상의 부(父)와 녀(女)가 각각 자신의 거주지에서 검사에 응하기 전 촬영한 사진이 나란히 있었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담을 수 없는 것들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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