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연구 8권(2020.9)
우리나라 검찰제도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 성중탁 73 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동안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에 관련된 범죄사건이 발생하면 축소수사, 은폐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현실이 이를 대변해 준다. 1997 년에는 「검찰청법」을 개정하여 검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새로이 규정하기도 하였다 (제4조 제2항). 8) 흔히 준사법기관이라 불리는 검사는 「검찰청법」에 의하여 법관에 준 하는 신분보장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검사는 법무부에 소속된 행정관청이며, 검사동 일체원칙에 의하여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관계에 있기 때문에 법관에 비 하여 정치적 독립의 요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서, 지난 2005년 10월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 대하여 당시 법무부장관 의 불구속 수사지휘로 인해 발생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조직의 대립사태를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규 정되어 있는데, 당시 검찰에서는 법무부장관이 그동안 개별적인 사건에 대하여 수사 지휘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검 찰은 정치인인 법무부장관이 개별적인 사건에 대하여 지휘한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총장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검사들이 검찰총장에게 기대한 것은 다름 아닌 검찰조직에 대한 수호자의 역할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검찰총장이라는 상징적 지위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동안 검찰 총장의 임기제와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한 것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굳건한 지휘체 계를 정립하는 것이 검찰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 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이라는 명제는 검찰에 대한 외적 통제를 거부하는 식으로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폐쇄적인 집단방어논리로 변질된 다. 그러나, 검찰이 국민적 신뢰 기반과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진짜 배경은 바로 검 찰의 폐쇄적 권력기관화의 경향에 있다. 김도현 교수는 법관인사제도의 개혁을 논하 면서 “사법권 독립은 자체로서 궁극적 이념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정당성 을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9) 8)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이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확인하는 조항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 조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헌법 제6조 제2항과도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9) 김도현, “사법개혁과 법관인사제도”, 민주법학, 관악사, 2005. 12., 76면 이하.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