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연구 9권(2022.03)

300 법무연구 제9권 (2022. 3.) Ⅲ. 유죄추정의 구도 1. 수사의 직권탐지절차 피의자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앞서 보았다. 그러나 이 같은 막연한 원칙은 헌법이념을 과신한 결과 법률로 규정되지 않아도 무리 없이 관 철되고 있다고 방심하는 동안, 이상에 그칠 뿐 직접적 구속력은 약화되었다. 앞서 본 대로 피고인보다 전 단계에 있는 피의자에게 무죄가 추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나, 수사와 공판이라는 상이한 제도적 개입은 간과된 것으로 국가권력 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믿음이다. ‘수사(Ermittlung, investigation)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ㆍ확보하고 증거를 수집ㆍ보전하는 수사기관 의 활동을 말한다’17)고 정의된다. 공소제기 후에도 공판과정에서 공소장변경이나 공소 취소가 가능한 이상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가 허용되기는 하나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 백히 하고 범죄인을 확정하는 절차로서 공소제기 전에 이루어지는 수사기관의 조사활 동이 주를 이룬다. 이를 공판절차와 대비하여 볼 때 대심적구조가 아닌 직권탐지 및 규문의 성격이 짙어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탄력적 조사활동은 허용될 수밖에 없다. 범죄피해자의 고소를 외면한 채 막연히 피의자의 무 죄추정권만을 옹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공판절차에서는 소추기관에 의해 범죄인으 로 특정된 피고인의 유무죄만을 가리는 것이므로 공정의 링(ring)에서 무죄추정의 원 칙을 공정의 룰(rule)로 받을 수 있겠으나, 범죄의 포착과 범죄인의 선별을 수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무죄추정으로 사건을 대할 경우 피해자 보호는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비 판에 직면하게 되고 효과적인 범죄와의 투쟁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 지점에서 수사절차가 형사절차 전반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바, 공판과 대비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법절차로서의 수사절차를 설 명하기 위해, 규문적 수사관과 대비시킨 ‘탄핵적 수사관’ 및 ‘소송적 수사관’ 등이 주 장되었으나,18) 수사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19) 17) 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2판, 박영사, 2008, 1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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