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연구 9권(2022.03)

형사절차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행정기관의 통고처분 / 이성진 311 민사책임으로 한정되는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벌과 달리 범칙금은 형사책임의 위 험을 내포한데다 임의승복을 한다하더라도 범죄경력이 행정기관에 의해 관리된다 는 점에서 무죄를 받지 않는 한 통고처분형태로는 여전히 불이익이 남는다. 이 같 은 결과는 범칙 피의자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바, 그렇다면 통고처분은 타협의 산 물일 뿐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⑶ 마지막, 우회적ㆍ반복적 절차의 예고로 좌절적 승복을 유도하는 점이다. 입법자는 통고처분을 기획할 때 임의승복을 발효요건으로 하였으므로 승복하지 않 을 경우 극심한 절차적 피로를 감당할 수밖에 없도록 하여 범칙 피의자의 권리포 기를 유도하였다. 경범죄처벌법, 공항시설법, 도로교통법의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 또는 관할해양경찰서장(이하 경찰서장)이 관할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하 는데,59)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 경찰서장은 관할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에 송치함으 로써 피의사건 수사를 중복하게 한다.60) 기각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범칙 피의자는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어 즉결심판을 받게 되는데, 이 절차에서는 자백의 보강법 칙, 전문법칙이 배제된다.61) 간이ㆍ신속의 요청보다 통고처분 자체의 범칙 피의자 에 대한 유죄추정의 확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결심판이 선고되는 경우 피고인과 경찰서장은 각각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다시 형사재판을 하게 되는데,62) 이 같이 거듭되는 우회적ㆍ반복적 절차는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58) 관세법 제283조제1항, 관세법 제175조제7호. 59) 경범죄처벌법 제9조제1항, 공항시설법 제74조제1항, 도로교통법 제165조제1항,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3 조제1항. 60)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5조. 61) 즉결심판절차에 있어서는 형사소송법 제310조, 제312조제3항 및 제313조의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즉결 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0조). 62) 경찰서장은 정식재판청구서를 검사의 승인을 얻어 판사에게 제출하는 반면, 피고인은 경찰서장에게 청구하여 야 하고 경찰서장이 이를 판사에게 송부하는 구조를 취한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4조).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경미 범죄사건에 경찰서장에게 부여한 전권을 예우한 것으로 보인다.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