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법무사 11월호

예순살, 가을 산사(山寺)의작은창밖으로 창백한달빛이나무가지위에서 외로움을달래며우리들방안을밝힐때 당신은그날도화장기없는맑은얼굴로 활짝웃어주었습니다. 동그랗게말려진당신의귀밑머리에 한가닥스치는가을바람 당신의어느한부분에도 내삶의의미를부여하고싶은 보경사의밤은그렇게깊어만갔습니다. 부소산오솔길에서당신에게손가락걸고 그저살아온25년-, 예순살- 당신의검은귀밑머리가 은빛노을에물들어도 예나지금이나 나는철부지남편입니다. 다만분명한것은 당신은가장소중한내존재의이유입니다. 그래서, 예순살 황혼의가을은이렇게아름답습니다. 첫눈내리는한적한시골부여 감미로운전등빛이설레이는커피향짙은다방 구석진자리에서소녀였던당신과처음마주하여 슈베르트의세레나데를늦도록들었던 우리두사람- 인적드문희미한가로등 당신의피부를닮은하얀달이 유난히커보였던부소산오솔길에서 혹시, 혹시나하고 서로가오랜세월하염없이기다림으로서성이다가 뜻밖의인연으로만나지나간시간을후회하면서 두손꼬-옥잡고우리두사람만을위한 약속을다짐했던우리두사람- 완행열차차창에서 지나가버린고통과행복을하나씩풀면서 목적지없이떠나고싶다던당신- 바바리코트깃을세운여인이 잊었던구두소리를내며 조용히내옆에다가앉았던포항보경사공원벤취- 낙엽을쓸어모아불을지피며 주름깊은이마를닦는스님의긴한숨소리는 풀벌레의울음소리와함께 당신의검고커다란눈망울은 깊은가을빛으로적시어졌습니다. 한상조│법무사(대전회)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