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법무사 12월호

대한법무사협회 69 ▶▶ 새내기법무사일기 게 많은 여유를 느끼게 해주던 중, 어제 오후에 찾아온 의뢰인과 상담을 하다 보니 대응할 시간 이너무촉박했다. 모 사회단체의 중앙회장의 도지부장 임명행위 에 대하여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의뢰인에게 임명행위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함과 동시에 임명무효확인청구민사소장을제출해야함을설 명을 해준 뒤, 휴무일인 토요일이지만 필요한 자 료들을챙겨오도록했다. 오늘조반을마치자마자곧장출근해서주차장 에차를주차시킨뒤빌딩안으로들어서니, 로비 며복도는대부분사무실이출근하지않아서인지 전기불도켜지않아서어두컴컴하고약간적막감 조차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창문을 열어젖히 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기분은 마치 아스라이 젊 은 시절 시험공부를 한다고 매일 아침 일찍 도서 관을찾아가는그런느낌이들기도했다. 세상을온통한손에쥘것같았던혈기넘치는 20대 초반에 매일 이른 새벽에 도서관에 갔다가 밤늦은 시각까지 공부를 하곤 했는데, 밤이 깊어 지면 도서관 직원들은 조금씩 빈자리가 생긴 열 람석의 전등 스위치를 끄면서 마치 물고기를 어 망으로 몰듯이 열람생들을 한 구석에 모여서 공 부하도록 하다가 밤10시를 넘기면 그나마 문을 닫는다고내쫓던(?) 때였다. 그런데,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참고서적을 들춰 봐가면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작성하 고있었지만, 정작당사자는정오가다될무렵에 서야느긋하게나타났다. 그나마어제그렇게신신당부했던자료들을아 무 것도 가져오지 않아서 어제 오후부터 내내 머 리를 짜내면서 작성하던 서류를 마무리 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사건당사자는오히려느긋하고, 의뢰를 받은 법무사가 더 안달하는 묘한 상황을 지켜보 면서, 법정시한과 절차를 생명으로 하는 소송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있는희미한권리의식을엿볼수있는것같 았다. 변호사나 법무사는 당사자에게 부족한 법률지 식을 보충하면서 권리 주장을 조력하는 직업이 지, 아무자료도없이의뢰인의얘기만듣고권리 구제에 나설 수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 나 법무사에게 의뢰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 해주는해결사쯤으로여기는것같다. 그와점심을같이하면서도내일오전중으로는 ‘이것이것은 반드시 챙겨와야 한다’며 신신당부 를 하고 돌려보낸 뒤에도, 오후 4시 반이 지나도 록혼자서서류를작성하다가사무실을나섰다. 고맙게도갑자기소나기가퍼붓기시작했다. 휴일인데도 낮 시간 내내 무더위에 시달리고, 일에 시달리던 마음에 소나기를 맞는 것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서 줄기차게 쏟아지 는소나기가고맙기만했다. 사실모처럼맞는소나기가그렇게시원하다고 느껴진적은오랫동안없는것같다. 정 승 열│법무사(대전충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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