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57 ┃위대한바보┃ 문병하러 왔다가 꾀병 이야기를 듣고는“하느님 께서는 수환이를 참으로 사랑하시는 모양이다. 생각해봐라. 꾀병을부려도망가려고한너를벌 주기는 커녕 진짜 병 치료를 해 주는 기회를 만들 어 주었으니 이보다 큰 사랑이 어디 있겠니”라는 말에 하느님은 이 못난 부족한 나에게 그렇게 은 혜를 주시다니 감격의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후로는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과연 신부 될 자격이 있는지 하는 또 다른 회의에 빠졌 다. 향나무는자기를찍는도끼에게도향을준다 고했다. 사제의길을가려면마땅히그같은향 나무여야 하는데 자신이 있느냐는 자문에 머뭇거 리기만 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어느때 김 추기경님께 좀 진지한 인간 본연에 관한 질문으로“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추기경님은“인간다움”이라고 하면서 현대인 들은 돈이라는 목적을 성취하려고 인간관계도 져 버린다. 돈을버는것이나쁘다는것이아니고돈 의 노예가 되는 것이 문제다. 정치현실만 봐도 정 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때로 눈물보다 진한 피까지 흘리게 한다. 인간이 자기 아닌 남을 도울 줄 알고 배신 아닌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것, 그것이 인간 본연의 삶이 다. 인간에게진리와정의와사랑과영적인삶없 이는 인간으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했다. 김 추기경님은 성직자이면서도 평소 풍부한 유 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분이였다. 추기경님은 외국어에 능통해 몇 개 국어를 하 느냐고 물었더니“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하 나는 거짓말이고 하나는 참말이야”라고 대답해 모두를웃겼다. 2007년 여름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추기경님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했다. 동성 중·고교 개교 100 주년전에 내놓은 자화상의 제목도“바보야”였다.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사랑과 진실 그 자체인 것을 잘 알면서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사니 까”가 그 이유라 했다. 아마도 당신은 자신의 영 광보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일 것이다. 추기경님은 한 자폐장애 어린이가 서툰 솜씨로 그려준자화상을생전에가장아꼈다한다. 거기 에“바보야”라는 글을 붙여 항상 스스로를 모자 란 사람으로 여기고 낮췄으며, 서울 교구장직에 서 물러나며 그동안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 미안 하다고 한 겸손함과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리며 어린이 같은 미소에서 티 없이 밝고 따스한 인품 을엿볼수있게한다. 나는 김추기경님을 생전에 만난 인연이 있다. 86년 6월 15일 서울 길동 성당에서 있었던 세례 성사에 추기경님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날 영세받은 영광스럽던 기억은 오래도록 지워 지지않는다. 당신은 생전에 자신을“바보야”라고 하셨지만 그 누구도 바보로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그리스도의 평화와 참사랑을 국민의 가 슴속에 심어 주시고 국민적 애도 속에 가신 우리 시대의 위대한 바보였다. 당신은 가셨어도 여전히 우리들 곁에 평화의 등불로살아계신다. 당신은 사제로서 이승에서의 소임을 충실히 완 수하였으니 이제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김 계 수 │ 법무사(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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