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11월호

대한법무사협회 71 금(金)보다값진은(銀) 이야기 씨는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괜찮아”라고 말 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지 몰랐다. 돈 없이 공짜로 깨엿을 받아도 괜찮다는 뜻인지, 아니면 목발을짚고살아가도괜찮다는말인지...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날 내가 이 세상은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말처럼용서와너그러움이있는곳 이라고믿기시작했다는것이라고했다. 또“좋은 사람”이란 글에서 미국 유학시절 영 국중세문학의권위자인매클레인박사정년퇴임 식에참석했는데동료교수한분이“당신은좋은 사람이요”라고한송별사에서눈물까지글썽이며 “좋은 사람”이란 말은 자신이 이제껏 들은 그 어 떤 찬사보다 값지고 소중한 말이라고 답사했다. 이십 대였던 그때는 좋은 사람이란 특징이 없고 재미없는사람이라고생각해별관심이없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나는 새삼“좋은 사람”에 대하여 생각한다. 정말 누구의 마음에“좋은 사 람”으로 남는게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 아끼는 마음으로 나를“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다 아는“유명한” 사람이 되는 일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 이다. 삶을다하고죽었을때신문에기사가나고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는“유명한 사람”보다 누 군가 그 죽음을 슬퍼해 주는“좋은 사람”이였다 면지상에서의삶이헛되지않을것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알아주고 대접해 주는“유 명한”사람이되고싶은사람들로가득차있지만 간혹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그나 마 그 온기로 세상을 뒤뚱거리며 돌아가고 있는 지 모른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도 분명히“좋은 사람”보다“유명한 교수”가 되여 보고 싶은 생각 이있음이틀림없다며자신을경계했다. 장교수가 세 번째 간암으로 임종을 앞두고 병 상에서 너무 힘들어 사흘에 걸쳐 노트북에 썼다 는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글은“엄마 미안해, 이렇게먼저떠나게돼서, 내가먼저가서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께.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 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 오래기다리면서나중에만나....”였다. 그의 작별인사는 모두의 마음을 찡하게 한다. 모녀의 정을 절절히 나타낸 그 글에서 부모와 자 식, 삶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감상(感傷) 에빠져들게한다. 우리는 언젠가 모든 것과 이별하고 떠나야 할 운명이고 그때 어떤 말을 남길까. 시인 괴테는 “좀 더 빛을...”이라고 했다지만 그 철학적인 깊 은 뜻은 헤아리기 어렵고 장교수의 인간적이고 일상적인말이더우리의가슴을적신다. 장교수는 평생 함께 했던 목발을 놓고 이제 영 원한 안식처로 떠났지만 그의 글과 고운 마음을 사랑하는많은문인, 동료, 제자들은그가바랐던 것처럼“유명한 교수”보다“좋은 사람”으로 기억 할 것이고 그의 생애는 불굴의 의지로 일급장애 의 역경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금보다 값진 은의 이야기로전해질것이다. 김 계 수│ 법무사(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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