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법무사 11월호

대한법무사협회 73 Y와의만남 신 세종대왕의 후손이다. Y는 증조부 때 낙 향하여 시골에서 조용히 농사를 지어온 가계 규수다. 나는 혼례를 치르기 이전에 Y의 얼굴 한번 본일이없다. 어머니가 선을 보시고 너의 처로서 손색이 없다하셨다. 나는어머니의말씀에는무조건 승복하며 살아와서 어머니의 말씀대로 단 한 차례의 상면도 하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었 다. 첫날밤에야 비로소 아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Y의집안은왕손의후손이어서인지생활형 편이 나의 집안보다 월등히 나은 편이었다. Y 는재치가있고, 예절이바른가문에서성장하 여어느가문에서나아내로서의자격이넘치는 여인이었다. 당시 길쌈도 잘하고, 음식도 잘 만들고, 바 느질도 잘하는 한 치의 빈틈이 없는 여인이 다. 목화로 실을 뽑아 베를 짜는데 다른 사람 이하루에열자를짜면 Y는그곱인스무자 를짜는재질이있을정도로재치가있었다. 내가 결혼할 때 우리 집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고모, 나와 내 남동생 둘, 여동생 하 나, 나, 아내까지 8인 가족이었다. 남동생은 중학교, 여동생은초등학교를다녔다. 우리 집은 방 세 개가 있는 초라한 농촌가 옥에서 가난에 찌들어 보리밥으로 겨우 연명 해가는 처지였다. Y는 나와 결혼한 후 그 어 려운 살림살이에서 나와 동생들의 도시락을 싸야하고 밤늦게까지 베를 짜서 옷을 만들어 가족들을입혀야하는, 그야말로눈물겨운생 활을감내하였다. 결혼한 후 Y는 바로 아이를 잉태하였고, 9개월째 되는 날 나는 징집영장을 받아 추운 겨울(영하 15도) 군에 입대하였다. 나는 훈련 을마치고최일선에배치되었고, 포탄과총알 이비오듯하는전쟁터에나갔다. Y는내가군에입대한후부터매일자시(밤 12시)에우물에서정화수를떠놓고내가무사 히 생환하기를 천지신명께 기도하였다고 어 머니께서말씀하셨다. 그기도의정성이하늘 에 닿아 총알이 비 오듯 하는 전쟁터에서 내 가살아남게된것으로확신한다. 나와 Y는아들형제와딸넷, 6남매를생산 했다. 6남매 모두 결혼하여 각각 2명씩의 자 식을낳아친손자와외손자를합쳐손자가 12 명이다. 그손자 12명을성장시키며Y의손이 가지 않은 손자는 하나도 없다. Y는 자식과 손자를내몸보다더아끼고사랑한다. Y와의만남은나에게큰행운이다. 나는어 질고착하고예절이바른Y의사랑을듬뿍받 으며살아왔다. 나는Y를이세상누구보다사랑한다. Y가없는세상은암흑세계일것같다. Y가 있어서 내가 편하고, Y는 내가 있어서 편하다. 나는Y가보다포근하고행복하게, 보다건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Y가 3년전쯤간경화에서간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2007년 7월 11일, 복수가 차 서 배가 마치 풍선과 같았다. A 대학병원에 응급입원과 치료를 받았으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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