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법무사 4월호

대한법무사협회 75 隨│想 제한속도가 80km 이었지만 난 이미 90km 이 상을 달리고 있었다. 2009년 12월 31일의 흐린 날씨에 오후 3시가 넘었으니 밝을 때 구경이라도 하려면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없음이 과속의 핑 계였지만, 사실은 아내의 잔소리를 중단시키려면 목적지인 낙안읍성에 빨리 도착하는 게 제일 좋 기때문이다.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사위로부터 학회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나가면 2박 3일 정도 마산에 들를 것 같다는 전화를 받은 아내의 얼굴은 21살 처녀 때 나를 만나던 표정보다 더 밝아 보였다. 그 날 이후부터 집안 구석구석 윤기를 내기 시작하더 니, 어럽쇼! 탁상의 우리부부 사진조차 밑으로 내 려가고몇년전여행때사위와함께찍은사진 들만 전시되는 게 아닌가! 또 식단과 1박 2일의 남도여행 일정을 잡는 계획표를 보니 어쭈, 마치 국빈 의전행사라도 하는 듯이 보였다. 우습기도 하고 신경도 살짝 쓰여 너무 심한 것 아냐? 라고 태클을 걸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당분 간 거실 화장실 사용을 금한다는 출입제한 통보 를 하는 게 아닌가! 깨끗이 윤기를 낸 곳에 지저 분한 내가 도움이 안 될게 뻔하다나. 어휴! 젊은 사위 온다니까 60도 되기 전의 나는 이미 골방신 세를 지라는 얘기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무소불 위(無所不爲)의 가사권(家事權)을 가진 아내의 위 세에 이미 주눅이 든 내가……!!! 하긴, 평생 일류 로 살아보지 못한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사위는 이미 30대 초반에 명문대 교수라는 직함까지 가 졌으니 아내가 귀하게 여길 수밖에……. 더구나 한국에서 살기는 했지만 서울에서만 거주하다 떠 난 지 12년이 넘은 사위가 제대로 된 한국의 정취 도 느낄 겨를 없이 학구생활에만 묻혀오다 모처 럼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내었다니 잘 해주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사위에게 장인장모가 해줄 대접은 국내여 행이 적격일 것 같아 집에서 멀지 않은 남도 여행 人生은속도가 아니라방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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