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法務士4 월호 人生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을 시작한 것인데 왜 하필 날씨는 이리도 차가우 며 눈까지 쌓여 일정을 더디게만 하는지……. 보 성 녹차 밭을 처음 가 본 사위는 TV광고로만 본 낭만적 현장에 감탄을 하고 다음 일정이 조정래 작가의 소설“태백산맥”의 배경인 선암사와 낙안 읍성을 둘러보는 것이라는 설명에 천진하리만큼 좋아하는지라 우리 내외도 여간 신나지가 않았 다. 바쁜 일정 때문에 함께 오지 못한 딸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나의 무딘 방향감각 때문에 항상 다투 는 우리부부 습관적 고질병이 기어이 사위 앞에 서도 시작되고 만 것이다. 뒷자리에 앉은 아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방향이 틀리다고 연신 잔 소리를 시작하였고, 운전 중인 나는 내비게이션 에서 지시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데 무슨 소 리냐고 아내에게 퉁을 놓고 있으니. 짧은 순간이나마 사위는 난감한 모양이다. 남 도의 지리도 방향도 모르는 사위입장에서는 어느 누가 맞는지 알 턱이 없으니.“아버님, 천천히 가 도 될 것 같은데요!”라고 내게 얘기하고는 이내 아내에게도“어머니 시간 충분하니까 조금 둘러 가도 되겠지요!”라며 중재 아닌 중재를 한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아내는 그래,“저이는 항상 둘러 가길 좋아 한단다.”라고 말은 맺으면서도 기어이 뒷자리에 꽂혀있는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런 후 우리가 향하고 있는 국도며 지명을 가리키며 내 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사위에게 은근히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지도를 보던 사위 역시 아내 편이 되어 “아버님! 지도상으로는 아닌 것 같은데 가까운 휴 게소에서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나는 속으로 에이 녀석, 장모를 더 믿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길 찾고 방향 잡는 데는 거 의 동물적 감각을 지닌 아내에게 이긴 적이 없는 지라 못이기는 체“내비게이션은 원래 지름길로 안내 하는데 이상하군!”하며 국도변 빈 공간을 찾아차를멈췄다. 아내의 말인즉 낙안읍성은 방향이 벌교 쪽이어 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강진으로 향한다는 것이 다. 그 참!, 분명 내비게이션 입력 시 목적지를 “낙안마을”로 했는데 하는 순간…….“낙안마을” 과“낙안민속마을“ 은 별개임이 생각났다! 피식 웃는 아내에게 낙안마을로 목적지 지시한 사람이 누구였지?하며 쑥스러운 변명은 하면서도……. 젠장, 오늘도 졌다!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를 번갈 아 보는 사위에게 내친김에 한마디 했다. “김 서방! 人生도 마찬가지야!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거야! 자네는 학자로서 항상 학자의 바른 길로만 가야 하네……. 알았지! 아내와의 말다툼엔 늘 그렇듯이 나의 완패지만 오늘은 그래도 무게는 잡았다! 김 영 석 │ 법무사(경남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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