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법무사 12월호
70 法務士 2010년 12월호 아버지와 목발 김 홍 건 법무사(대구회) 수상 아버지와 목발 아버지와 어머니, 딸 세 식구가 여행하던 중에 교통사고가 났다. 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큰 사고였으 며 특히 딸의 상처가 깊어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부상이었다. 당시 사춘기였던 딸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깊었고, 그나마 같은 목발 신세인 아버지가 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딸이 투정을 부려도 그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가 나서서 말없이 받아주었고, 딸에게는 아버지와 같 이 공원 벤치에 나란히 목발을 기대놓고 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어려운 사춘기를 잘 넘 기고 딸은 대학에 진학했고, 아버지가 참석하여 딸을 껴안고 말했다. “네가 내 딸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구나.” 그러던 어느 날, 세 식구가 길을 가고 있을 때였다. 마침 앞에서 꼬마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공이 큰길로 굴러가자 꼬마는 공을 주우려고 좌우 살피지도 않고 큰길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버 지가 목발을 내던지고 큰길로 뛰어들어 꼬마를 안고 길 건너편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뛰는 모습 은 너무나 날쌔고 자연스러워 딸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가와서 딸을 꼭 껴안아주며 속삭이는 말로, “얘야. 이제는 말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사실은 너의 아버지는 전혀 아프지 않단다. 자동차 사고 나고 퇴원 후 에 다 나으셨거든! 그런데 네가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아버지도 목발을 짚겠다고 자청하였 단다. 너의 아픔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오직 나와 너의 아버지만 아는 일이다.” 딸은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드는 아버지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바꾸 어 생각함) 한다면 내가 아버지를 위해 목발의 딸이 될 수 있었을까? 부정했다. 이것은 오직 자식에게 어버이 만이 베풀 수 있는 신비(神秘)의 자비라는 것을. 감사합니다. 딸은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독불장군과 자비 앞에서‘아버지의 목발’을 읽은 여러 어버이들은 아래로 내려가며 자신들의 지나간, 또는 앞으로의 예상 행 적을 한 번 찾아보자. 독불장군(獨不將軍)이란, ㄱ)자기 기본책임의 부족, 또는 잘못으로 따돌림 받는 외로운 처지인데도 자책(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자기 를 책망)을 하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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