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1월호
54 法務士 2011년 1월호 손짓에도응답하는마음을 민 영 규 법무사 (인천회) 수상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온갖 체험을 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때로는 선과 악 사이를 넘나들면서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며, 또 이득이 될 만하면 집착을 했다가도 마뜩치 않을 땐 금세 무관심으로 외면을 해버 린다. 그렇게 세월이란 온갖 풍파에 부대끼면서도 더러는 역량을 발휘해서 경이로운 인생을 한껏 구가하는가 하면, 반면에 마냥 우두커니 두 손을 모두 놔 버린 채 한심한 낭인으로 그냥 주저앉고 말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은 늘 영욕과 공과가 겹치기 마련인가 보다. 아무튼 삶은 누구에게 있어서나 한결같은 욕구 이며 애착이기 때문에 좀처럼 잡히지 않은 희망을 겨냥해서 끊임없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버둥대는 것 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소라도 성에 차지 않게 되면 곧잘 몽매한 세상 탓을 해대더란 것이다. 이렇듯 삶과 심 한 불화를 겪게 되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보다 여유롭고 자만한 자들에 의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었 다. 정작 그런 불화로 인하여 끝내는 스스로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먼저 잘 알고 있었 을 터인데도 말이다. 그런 부류의 대다수 사람들로부터는 긴 호흡으로 몸소 추스를 의지를 좀처럼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세상을 더 오래 살아봤다는 사람들일수록 이미 망각하고 있던 기억들을 공연히 들추어 뒤적 거리다가 이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안타까운 회한에 들볶이더란 것이다.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일들은 곧잘 잊고 마는 반면에 아프고 저린 기억에만 매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간 쌓은 경력으로 미루어 의식을 지혜롭게 정화할 능력은 물론, 이해의 폭도 훨씬 활발하고 깊을 터인데도 말이 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끝도 없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들은 잠깐이 었던 반면에 미래는 영원하리라는 불안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인생이란 생각하는 자에겐 희극이고, 느 끼는 자에게는 비극이라고 했을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미래 지향적이어서 길을 걷다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벌떡 일어나서 가던 길을 계속 가지만 느끼는 자는 과거 지향적이어서 서둘러서 뒤부터 돌아보거나 어리숭한 몰골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한낱 세월이 연출해 낸 형상이거나 삶의 이력이라고 여기는 반면에 느 끼는 자에게는 사무치도록 쓰라린 고통이 농축된 실상이라고 생각해 버리기 때문에 곧잘 고통스런 시간에 갇 히고 말아버린다. 사실 우리들 기억 속에서 마땅치 않았던 기억들을 제 아무리 걸러낸들 어찌 심층부에 잔류한 찌꺼기까지 모두 다 말끔히 걸러낼 수가 있겠는가. 문제는 인간애의 자질을 끊임없이 난도질하는 욕심을 적절 히 억제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끝내 이를 말리지 못하고 말아버린다는 사실이다. 그건 아마도 재산증식이 행복이라는 바로 그런 셈법 때문은 아닐까. 필자 주변에서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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