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2월호

자작나무숲에들다 고황든 몸 이끌고 찾아들어간 둑실마을 자작나무 은빛 가지 끝에 철새가 부리를 묻고 반갑다 인사를 건넸던가 그대 환한 웃음이 언뜻 보였던가 돈절된 소식 타래를 잡고 살메 언덕에 오르자 홀연히 막아서는 통나무집 미술관 자작나무 숲길을 달려와 선뜻 이마를 친다 점방을 지나 마을 어귀 빨간 우체통에 서서 시냇물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의 관절을 속절없이 꺾고 또 꺾었네 부치지 못한 편지는 호주머니에 구겨진 채 땅거미 지고 껍질을 쓸어내자 창백한 얼굴 그대를 닮았네 굴참나무 쌓아놓은 빼치카 짙은 커피향에 소스라치는 그림자 에르미타주박물관 고흐의 그림 속으로 걸어갔을까 레게머리 총각은 쑥대머리 한 대목 올려 놓는다 펑펑 눈이라도 쏟아졌으면 점방집에 퍼질러 앉아 두부 한 모, 김치 한 보시기에 막걸리나 한 사발 들이켰으면 시린 발 밑에 고단한 몸 누이고 현 켜 한 켜 벗겨낸 슬픔은 어느덧 자양이 되고 잉걸불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무늬를 슬쩍 튕기어 놓고 빗당겨진 화살처럼 어둠에 꽂혀 사그라져 가나니 그리움은 수 억 광년 잇닿아 흘러 안드로메타 성운 하얗게 빛나고 있네 자작, 자작, 소리 없이 불러보면 그대 에르미타주에서 환한 웃음으로 걸어나올까 에르미타주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박물관. 에르미타주는 '은둔처'란 뜻임. 임 익 문│법무사 (전북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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