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55 천하절경, 하롱베이에서이태백을노래하다 하노이에서 점심을 마치고 곧바로 하롱베이가 위 치한 미쓰린 호텔로 이동하였다. 용이 하늘에서 바 다로 내려온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하롱베이(하룡만 下龍灣)는 전설에 의하면 용이 해안을 향해 내달 리면서 꼬리를 휘저어 계곡과 협곡을 헤집고 파 헤쳐 낮은 곳은 바다가 되고 높은 곳은 산이 되 었다는데, 통킹만의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 위 에 항공모함처럼 떠 있는 3,000여개의 오밀조 밀한 섬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수 많은 동굴들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떤 이는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중국의 '계림'과 비견하기도 하나 내 보기에는 조물주께서 바둑알 을 뿌려놓은 듯한 그 많은 섬들과 주변 조화의 어우러진 오묘함은 하롱베이가 계림보다 앞자리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섬들 사이사이로 관광유람선이 분주히 왕래하는데 어디쯤에서인가 배가 멈추는가 싶더니 바 다 한가운데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 앞이다.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귀가 아프게 들어온 "다금바리 회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기가 막히다"고 하는 바로 그 선상살롱(?)이란다. 이국의 정취가 서린 쪽빛 다도해 가운데에 작열하는 태양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천하의 절경을 손에 쥐고서 선상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삼아 준비해 간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그 기 분은, 시공을 초월하여 옛날 이태백이 달을 훔치러 물속에 뛰어든 심사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랄까. 밤과 낮 분 별없이 그저 술과 안주만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자신의 분수와 처지를 몰각하는 남편을 곁에 둔 아내 는 이내 얼굴색이 흐려지더니 고개를 돌려 버린다. 여수에서 왔다는 김 사장, 서울의 고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 기념여행을 왔다는 양선생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배가 싱겁게도 선착장에 도착해 버리는 바람에 주변 경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음은 지금 생 각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나, 인간사 다 그렇고 그런 것. 지구에 붙어있는 한 점 파리똥만큼도 못한 산과 섬 가운데 한 가지 더 보고 더디 보고 한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저무는 통킹만의 석양은 예나 지금 이나 장엄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거니와 비가 자주 내리는 이 나라에서 한순간 머물다 가는 이국의 나그네 가 하롱베이의 낙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닐 런지. 서둘러 하노이로 이동하면서 호완끼엠 호수 변에 자리한 한국 음식점에서 늦은 저녁으로 백반을 먹었다. 어 디에 있다가 그 많은 한국 여행객이 한꺼번에 찾아왔는지, 3층 건물이 터지라고 홀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백의 민족(?)은 조선8도의 방언을 모두 쏟아내며 비빔밥을 만들면서, 시끄럽기는 부산 자갈치시장은 뒷전이고 허겁 지겁 입에다가 음식을 저장하는 그 모습은 내 숨까지 절로 가빠오게 한다.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으로 이동해 자정이 넘은 시각에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엎치락뒤치락 하기를 4시간 여. 어수선한 주변의 인기척에 눈을 뜨니 뿌옇게 밝아 오는 기창 밖으로 낯익은 인천공항의 활주로가 보이고, 비행기는 착륙을 위한 기지개를 켠다. 용이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온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하롱베이는 전설에 의하면 용이 해안을 향해 내달리면서 꼬리를 휘저어 계곡과 협곡을 헤집고 파헤쳐 낮은 곳은 바다가 되고 높은 곳은 산이 되었다는데, 통킹만의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 위에 항공모함처럼 떠 있는 3,000여개의 오밀조밀한 섬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수많은 동굴들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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