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4월호

4월, 패랭이꽃 정 을 식 법무사(광주전남) (사)광주전남소설가협회 이사장 겨우내 뎅뎅 언 들녘에 홀로 남아 완강히 버티던 계엄령 속의 시린 세월이 무너져 내리면, 칼바람 적설로 쌓인 역사의 빗장도 그렇게 풀리는가 보다 한겨울 심장을 두드리던 풍경의 저쪽으로부터 이제 꽃잎 간질이는 봄비가 내리고, 기적의 꽃망울을 터뜨린 보잘것없는 들꽃 절연된 풍경 밖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죽을 때까지 묵은 들 그림자 가만히 끌고 다가섰다가 한 방울의 가련한 포말처럼 흔적 없이 스러져 버릴지도 모르는 풀꽃들, 부러지는 별 소리 끝의 낯선 바람이 어깻죽지를 붙잡는, 투명한 불꽃의 연기로 타오르는 봄날에는 그런 기우도 움을 틔우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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