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4월호

필자는 정말로 도저히 못 올라갈 것 같아 망설였는 데, 리더가 그렇게 정하고 앞장서 올라가는 것이다. 하루에 11시간씩 걸으며 종주한 목적이 천왕봉에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일행 두 사람은 인정사정없이 먼저 올 라가고 필자는 뒤따라가면서 그래도 마지막 힘을 다하여 천왕봉(1,915m)에 오르니 정말로 감개가 무량하였다. 필자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마침 가지고 간 사진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서 울에서 홀로 올라온 한 젊은이의 호의로 사진 을 찍어 기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리산종주, 살아생전 '꼭한번' 해볼일!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 정상까지가 편도 1.7㎞이므로 왕복 3.4㎞를 4시간여 만에 등정했다. 하산한 후 탈 진하여 저녁밥도 먹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2시간 정도를 자고 나서 가지고 간 누릉지로 시장기를 달래고 다시 숙면을 취하였다. 그 다음날(10월2일)이 되자 새벽 3시경부터 사람들이 천왕봉에 오른다고 어찌나 부스 럭거리는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어찌나 짙게 끼었는지 어제 천왕봉을 갔 다 오기를 참 잘했다고 자위하다. 2010년 10월2일, 아침을 먹고 드디어 백무동으로 하산을 하는데 필자는 하산하고 있지만 그제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장터목 대피소까지 올라가는데 6시간 정도가 걸린단다. 그래도 이 코스가 가장 짧은 코 스이어서 당일치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필자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이번 산행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울에서 함양군 마천(백무동)행 고속버스를 타고 마천읍에서 내려 택시 를 타고 삼정리(택시기사들은 이곳을 '바리케이트'라고 한다 함)에 와서 그 곳부터 4시간여를 걸어 벽소령 대피 소에 당도, 그 곳에서 1박, 세석평전 대피소에서 2박, 장터목 대피소에서 3박을 한 후 천왕봉에 올라가는 코스가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결코 무리한 코스도 아니고 주위를 살펴보며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필자는 올해나 이 다음 언젠가 집사람과 함께 다시 한 번 지리산을 오르고 싶다. 그 때는 주위도 두루 살펴보 며 여유도 가질 수 있겠지! 그러나 종주는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행 중에 인사를 나누었던, 전주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혼자 종주를 한다는 조 건축사가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제의하였을 때 선뜻 대답을 못한 것도 필자가 나이를 먹어서였을까. 아니다. 안전을 위해 생전에 꼭 하고 싶었던 종주는 하였으니 이제는 무리는 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위안을 삼은 것이다. 우리 법무사들도 나이를 먹었다고 스스로 뒤에 처지지 말고 살아생전에 꼭 한번 해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종주는 무리이니 벽소령 대피소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해보면 어떨까. 해 보고 나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자신이 나 용기가 생기는지 해보지 않고는 결코 모르실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 다고 다시 한 번 외쳐보고 싶다. 지리산과 설악산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풍경 등은 지면관계로 싣지 못하는 아 쉬움을 숨길 수 없다. 필자는 올해 오월 중순경, 설악산을 종주하자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다. 바위를 피해 넘어지면서 3~4m를 손도 쓸 새 없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는데, 다행히 빗물로 가운데가 움푹 패인 곳이어서 다친 곳은 없이 그것으로 끝이 났다. '아직은 죽을 팔자가 아니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쉬고서 조심조심 한 덕에 이후에는 넘어진다든지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그때가 6시20분경이었으니 무려 11시간을 계속 걸은 것이다. 수상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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