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5월호
후배의법무사개업 김 영 석 법무사 (경남) 수상 아내와의 저녁식사 중 며칠 전 인근에 개업한 후배 법무사의 얘기를 전하자 화들짝 놀라는 아내의 표정이 여 간 심각하지가 않다. 식사도 대강하는가 싶더니 가벼운 한숨을 쉬는 것으로 미루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업계의 순환구조로 봐서 후배의 개업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사실적 얘기보다는 그 후배는 이곳이 고향이고 자라온 터전이고 널브러진 친척과 동문들로 이곳의 터줏대감이라는 말에 가시가 박힌 모양이다. 하긴 생경하고 전혀 낯선 이 곳 읍 단위 지역에 연고도 없이 어렵사리 개업하여 7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안 면치레 할 만한 몇 사람 알고 있는 나에 비해 이곳이 고향인 후배가 왔으니 현실적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게 된 내 입장 역시 답답하다. 전문직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지금까지 버티어 온 사무실 운영은 매달 힘들기만 하여 하루하루 회의가 깊어지는 고민을 감안하면, 후배의 개업에 따른 경쟁구도 여부를 떠나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후배의 개업에 밥그릇 걱정으로 소심하고 쩨쩨한 소인배적 인격의 선배가 될 수 없음이 우리 법무 사업계의 윤리적 덕목임을 설명하며 아내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나니 내 스스로도 위로가 되고 의연해진다. 그렇다! 긍정의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면 모든 상황이 훨씬 수월하다. 개업한 후배는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고,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내 방식대로 찾아오는 의뢰인에게 성심껏 상담하며 할 본분 다하면 될 뿐, 안 되 는 일을 되게 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게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외우는 시(詩)이자 기도인 다짐의 글이 있다.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 선을 다하게 하여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이다. 기도문을 외우는 동안 마음은 이미 평안을 얻어 잃으면 잃고, 없으 면 없는 대로 가벼이 살리라 다짐하니 머리도 맑아지고 여유로운 선배로서 품위도 잃지 않은 것 같다. 또, 냉정 하게 판단해 보니 기실 내게는 잃을 것이 없는 것 아닌가. 우리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거래처 금융기관이라곤 한 군데도 가진 적 없는 내가 거래처를 잃을 리도 없고, 찾아다닐 고향마을이나 선·후배도 없는 곳이니 잃을 사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활동을 대신하는 사무원 조차 없으니 시장을 잠식당할 리도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개업 이후 지금까지 우리 경남법무사회 내에서 사건의 수치가 항상 밑바닥이어서 잃을 만큼의 사건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잃을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법무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은 슬픈 일이고, 부질없는 근심으로 잠시나마 걱정을 많이 한 내가 어리석기만 하다. 오히려 이 어려운 시기에 개업을 한 후배가 조금은 염려된다. 물론 아직은 젊고 열정이 있으니 잘 할 테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결격사유도 없이 안정된 공직을 마다하고 스스로 뛰쳐나온 용기는 범상치 않겠지만…. 우 선 전화라도 걸어 좋은 이웃이 생겨 반갑다는 말로 격려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개업을 축하해 줘야겠 다. 실제 법원에서 함께 근무할 때 참 좋은 후배였으므로. 48 法務士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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