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법무사 9월호

황 경 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전 한국철학회장 ‘공정과공평’, 정의사회의조건 권두언 원천적 불평등,‘인간적 처리와 관리’하고 있는가? M. Sandel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의 독서계를 마치 쓰나미처럼 훑고 지나갔다. 출간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아 한국 판매 1백만 부를 넘겼다니 저자마저도 놀란 한국적 신드롬이라 할 것이다. 이같은 야단법 석은 내공이 부족한 우리 지성계의 지적 천박성을 보이는 징표로 해석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으나, 진정 한국사회 가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이다지도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샌델의 정의론은 한국사회가 정의사회로 변화하는 데 있어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천재일우의 기회라 할 만하다. 때마침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 정치적 지표로서 공정사회 실현을 내세운 것과 우연히 중첩되는 가운데 정의와 공정은 우리 사회의 개혁을 위한 화두로 떠오르는 듯하다. 한 때‘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주제가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진 적이 있기는 하나 부정의한 정권에 의해 주도되어 냉소적인 반응으로 인 해 현실개혁의 지도이념으로서 호소력을 갖지 못한 것 같다. ‘정의사회’만큼 강력한 정치이념이 아닐지는 모르나 정의사회로 가는 데 있어서 해결되어야 할 최소한의 필 요조건으로서‘공정사회’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실현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한 현실개혁의 가이드라 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최고 지도자가 반복, 강조하고 있어 그 파장은 공직사회만이 아니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감지된다. 단지 이 같은 이념은 시장 경제적 입장에 부합하는 바,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학과 유관하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음은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100m 경주에 비유해 보자. 그런데 문제는 이 경주에서 모두가 원점에서 동시 출발을 하지 못한 다는 점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점의 가까이에서 출발하기는 하나 일부는 50m 전방에서, 소수의 사람은 90m 혹은 95m 전방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생’이라는 경기는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경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천적 불평등은 자연적 사실일 뿐, 그것이 부정의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정의나공정과 같은 평가는 우리가 그 같은 불평등을 인간적으로 처리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부여할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원천적 불평등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 혹은 관리하고 있는가? 물론 우리 사회도 이 같은 불평등이나 격차를 다소간 약화 내지 완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나 그 성과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가슴 아픈 사실은 이 같은 불평등이 세세대대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자녀의 학업성취, 입학, 취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상속되어 가난이 대물림되고 불평 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4 法務士2011년 9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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