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의 불완전성,‘결과’에 의해 보상해야‘정의사회’ 민주국가의 사회적 게임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전제되 는 것은 공정한 룰과 공정한 경기이다. 이같이 절차적 공정 성을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진 게임의 결과라면 승복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정당한 불만을 토로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정의의 문제를 절차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입장은, 정치적 의제들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나 절차의 관점에서 다루고자 하는 민주주의관과도 친화성이 있다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정의의 문제에 있어 절차적 측면이 갖는 이같은 일차적 중요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의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의문이 제기된다. 자유경쟁 시장이 지속적으로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현상을 우리는 ‘시장의 실패’라 부른다. 그러나 비록 시장이 공정한 배경적 조건 아래 자유롭고 경쟁적으로 운용된다 할지라도 그 결과가 곧바로 정의로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과연 시장의 질서가 그야말로 완전한 공정성을 보장하는 정도로 운용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우며, 나아가 태 생적, 사회적 불운으로 인해 경쟁시장에 진입할 힘조차 없는 성원들은 어떻게 되는가. 따라서 우리는 절차의 공정 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절차의 불완전성을 결과에 의해 보상하기 위해 어떤 조정이 불가피하다 는 생각이 든다. 공정성은 정의의 필수적 요건이기는 하나 충분한 요소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정의론자 존 롤즈(John Rawls)의‘정의 원칙’의 특징을 이루는 차등의 원칙, 즉 최소 수혜 자 최우선 고려의 원칙에 주목하게 된다. 평등한 자유와 공정한 기회균등에 의해 스타트 라인(start line)의 공정 성 즉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할지라도 최소 수혜자를 위시한 불운한 성원들의 처지를 우선적으로 배려함으로써 사 회적 게임의 종착점, 즉 피니쉬 라인(finish line)의 조정도 긴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의와 관련된 일상어법에서‘공정(公正)’이라는 말과 더불어‘공평(公平)’이라는 말을 쓴다. 공정은 교육이나 취업 같은 인생의 스타트 라인 즉, 절차적 정의와 관련된다면, 공평은 납세나 복지 등 피니쉬 라인의 균 형과 형평, 즉‘결과적 정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의사회는 이 양자 즉, 절차적 공정성 과 결과적 공평성을 모두 배려하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하지만 이 모든 배려의 바닥에는 우리에게 우연히 주어진 행운과 불운 즉, 태생적 운과 사회적 운을 우리 모두 의 공유자산(common asset)으로 보고자 하는 바, 운명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정의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자 하는 직관적 의식이 깔려 있다. 이 모든 운에 대해 내가 한 일은 적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은혜로움이라 생각한다 면 나눔은 의무 이상의 선행이라 하기보다는 마땅히 수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이자 지상명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복잡하게 얽히는 사회적 연대의 그물망 속에서 알게 모르게 빚지며 살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부채에 대해 마땅히 상환의 의무가 있으며, 정의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두언5 우리는 정의와 관련된 일상어법에서 ‘공정(公正)’이라는 말과 더불어‘공평(公平)’ 이라는 말을 쓴다. 공정은 교육이나 취업 같은 인생의 스타트 라인 즉, 절차적 정의와 관련된다면, 공평은 납세나 복지 등 피니쉬 라인의 균형과 형평, 즉‘결과적 정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의사회는 이 양자 즉,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적 공평성을 모두 배려하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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