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I [제1화] 이전등기무효소송 부부 모의사전 “대 쳐가 인감을 홀쳤다" 김 명 조 1 법무사(경기북부) • 소설가(제8회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법무사 K는 동료법무사 L이 소송사건에 휘말리게 되자 그 사건을 맡아 파헤치기 시작한다. ‘유 병갈이라는 사람의 처가 남편을 대리한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을 3년에 걸쳐 30여건 처리해 준 적이 있었던 L은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된 ‘증인소환 통지서’를 보고 깜짝 놀라는데… 이전등기 5번 만에 나타난 남편, "처에게 모든 것 일임한다’'더나··! 궁지에 처한 사람들을 20여년 상대하다 보니 법무사 K는 사무실에 들어서는 고객의 표정만 봐도 무슨 일로 왔는지 대충 감을 잡는다. 아마 K에게 그런 직감이 없었다면 이 사건의 결과는 전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동 료 법무사 L의 심상찮은 표정을 건성으로 넘겼으면 정말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지?" K의 물음에도 처음 냐곤 자존심 때문인지 별 것 아니라고 얼버무렸지만 거듭된 추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북한강가에 전망 좋은 토지를 소유하고 주유소와 식당을 경영하는 유병길(가명)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L의 사 무실에 그 유병길의 딸과 친구인 직원이 근무하는 인연으로 유병길의 처가 L의 사무실에 출입하게 됐다. 유병길 은 자신의 아버지 소유인 임야 10만여 평을 증여 받을 때 자신의 처를 시켜 L에게 등기절치를· 의뢰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유병길의 처는 남편이 시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10만여 평의 토지를 조금씩 잘라 매매를 하곤 했다. 그런데 안면 때문인지 그녀는 일을 대충대충 하려고 했다. 등기를 하려면 등기권리증이 있어야 하고, 그것 이 없으면 본인이 사무실에 나와 확인서면이란 용지에 우무인(지장)을 찍어야 한다. 그녀는 가끔 등기권리증을 은행에 맡겨놨다면서 확인서면 용지를 달라고 하여 남편의 지문을 찍어왔다. 게다가 매도용 인감증명서는 자 신이 대리로 발급 받아오곤 했다. 일을 갖다 줘서 고맙긴 하지만 L은 이렇게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친구 엄마이므로 괜찮다는 직 원의 말 때문에 몇 번을 참다가 여자에게 남편을 한 번 모셔오라고 했다. 본인확인 없이는 더 이상 등기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L의 단호함에 못이긴 척 마침내 5번의 등기 만에 땅주인이 모습을드러냈다. 대재산가답지 않게 사람은 참 수수했다. 별 거드름도 없이 유병길은 확인서면에 지문을 찍었고 1은 그의 주 민등록증 사진과 실물을 보면서 본인확인을 마쳤다. 그는 주유소 일이 바빠 자주 나오지 못하니 앞으로 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유병길이 한 번 다녀간 뒤부터 그의 처는 3년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거의 30여건의 소유권이전등기 를L에게 맡겼다. 그런중에 IMF사태가터졌다. 토지거래가시원찮은지 유병길의 처는차츰발길을끊었고그 사건의 매개가 되었던 직원도 다른 곳으로 가버렸으므로 L은 어느새 그들 부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58 『법무사』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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