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5월호

I miI L—K I l -_o4 기 원 섭 1 법무사(서울중앙) ‘‘안녕하세요. 법무사님 계세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하는 말투만 듣고 서도, 나는 이미 여인의 원숙한 기품을 느낄 수 있었 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앞으로 다가서는 여인을 보 는 순간, 그 기품이 바로 그녀의 잘 생긴 얼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눈가로 가는 실주름 몇 개가 보이긴 했지만, 통통하고 뽀얀 피부에 잔잔 한 미소가 어우러진 얼굴은 고녀의 편안한 내면세계 가고려진듯, 한폭의풍경화처럼 아름다웠다. ‘‘어서 오세요. 그러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앉으시죠.’’ ; o二峽 는데 , 일흔다섯의 남편과 반세기 전에 결혼해 아들 셋 딸 셋을 두었고 지금은 모두 혼인해 독립한 상태 다 남편은 결혼생활 10년 만에 외도를 했고, 성격 또한 제 뜻대로만 몰아치는 독불장군이어서 오랜 동 안 숨 막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동안은 아들딸 결혼 시키고 독립시키느라 억지춘향으로 참으며 살아왔지 만, 이제 더 이상은감당할수도없고, 감당하고싶지 도 않다. 특히 남편의 외도가 준 상처는 너무나 깊어 서 오랜 세월 가슴에서 삭이지 못한 원망과 분노는 둘 이키기 힘들 정도로 커져 있다. ‘‘그러니 법무사님은 고저 이혼 소장 한 통만 써 주시면 되어요.” 의자를 권하면서 건넨 말 한 마디로 나는 친구로부 터 그녀의 방문에 대한 전같을 이미 받고 있었다는 사 실과 뭐든 편안하게 상담을 해도 좋다는 뜻을 내보였 다 하지만부끄러운듯조심스러운듯, 테이블을 마 주하고 조신하게 눈을 내리깔고 앉은 그녀는 말을 아 끼고 있었다 연한 베이지색 실크 블라우스에 무릎을 덮는 밤색 치마를 받쳐 입은 모습이 언뜻 60대 중반 그.랬다. 이런 황혼이혼 사연쯤이야 사실 흔한 정도로 보이는 고녀의 기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것이고, 나로서야 소장 한 통 써주고 적절히 수수료 나 받고 끝내면 될 일.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러기 “자. 부인 말씀을 하셔야 합니다 고래야 도울 가 싫었다 시련이나 고통 따위는 감히 범접을 못했 고간 꽁꽁 감춰 두었던 내밀한 사연들을 하나하 나 들춰내면서 부끄러운 듯 잠시 말을 주춤하기도 하 고, 타는 가슴에 목이 멘 듯 울먹거리기도 하던 그녀 는 고러니까 이미 이혼을 결심하고 찾아왔으니 소장 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수 있으니까요.’’ 을 것처럼 고상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노부인에게 그 '‘네 . 사실은 ... '' 런 원한과 상처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일단 놀라웠 다. 물론 독물장군 같은 남편 때문에 말 한 마디 편 어렵게 말문을 연 여인의 사연은 이랬다. 그녀의 히못하고살아온세월과외도로인한상처와배신감 나이는 일흔하냐 내 짐작보다는 10년 정도나 많았 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고래도 한솥밥을 먹 64 『법무사』 2012년 5월호 o―」 드 ’ _-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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